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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부동산 대책 이후 첫 서울 분양시장 청약 결과가 공개됐다. 대기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선 1순위 통장이 대거 몰렸지만 청약 미달사태가 발생한 지역도 있다. 건설사들도 내년 분양시장을 앞두고 시장 공략 셈법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GS건설이 분양한 '신촌그랑자이'는 1만541명(당해지역)이 몰리며 평균경쟁률 28.4대1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강남4구에 포함돼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송파구 역시 인기가 입증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서울에서만 2050명이 접수해 1순위 평균 경쟁률 28.9대1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합리적인 분양가로 책정돼 높은 호응을 얻었다"면서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고객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1순위 청약 미달한 단지가 나오며 11·3부동산 대책이 현실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대우건설이 분양한 '연희 파크 푸르지오' 전용112㎡는 33가구 모집에 15가구가 미달됐다. 분양권 전매제한 연장과 1순위 청약 자격이 대폭 강화되면서 투자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대책 이후 분양시장은 본격적으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면서 "수요가 꾸준한 지역은 가격조정이 발생해도 심리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서울지역은 수요가 충분해 순위내 마감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 호황으로 '완판' 시기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일 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조금 다를 수 있다. 청약 경쟁률이 낮다면 당첨자들이 계약을 주저한다. 실수요자도 분양시장을 투자 목적을 배제하고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A건설 분양소장은 "아무리 실수요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는 단지를 계약하지는 않는다"면서 "청약 경쟁률은 해당 단지에 대한 인기를 방증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앞서 건설사들은 부동산 대책 이후 등장한 이번 서울 지역 청약결과에 관심을 집중했다. 투자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컸다. 내년 잔금대출 규제를 앞두고 있어 올해 사업 결과에 따라 미래 전략에도 다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지역 사업지를 보면 입지와 가격 등 상품 특장점이 다양하다"면서 "앞으로 선호도 높은 지역에 대한 위계질서는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내년부터 전반적인 분양가 조정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높은 분양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정부 규제와 금리인상 가능성 등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은 우수한 입지 등 사업성을 확보한 단지부터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분양 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가라앉는 분양시장 분위기 속에서 무턱대고 고분양가로 상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분양가는 수요자 외면을 받아 자칫 대거 미분양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반면 낮은 분양가는 조합원 분담금을 증가시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책정한 단지는 대내외적인 정책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사업 시행자들은 보수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