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관광금지·화장품 수입금지등 무차별 보복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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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내 보복 움직임이 일사분란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정부 기관에 자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한국 기업에는 실효적 피해를 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의 움직임이 우려스럽다"고 밝혔을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드 보복 조치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데다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더 손해라는 인식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사드 배치에 대한 충격파는 우리 기업들이 고스란히 받게 됐다. 

3일 중국 정부는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일대 여행사 20곳을 소집해 "한국 여행 상품을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 여행금지 품목에는 단체여행 상품부터 자유여행, 한국을 경유하는 크루즈 여행도 포함됐다. 

이 조치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은 개별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한국을 찾는 자유관광만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804만명이 중국인이었다. 우리 관광산업의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여행사 뿐만 아니라, 숙박업, 면세점, 식당까지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일에는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와 한국어·중국어·영어·일본어로 각각 만들어진 인터넷면세점 사이트 등 5개 사이트가 한꺼번에 다운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도 처음으로 중국에서 수입이 금지되면서 사드 보복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내 음원시장 및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한국 드라마나 음원이 사라져 한한령(限韓令)까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즈는 "롯데그룹 외 나머지 유명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면서 "삼성,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한국산 불매운동을 선동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중국의 불매운동이 영업에 지장을 줄 만한 움직임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중국내 매출이 31조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 역시 전체 판매량의 20%가 중국에서 이뤄져 사드 보복이 현실화될 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 한국산 불매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껏 이날 방영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거론된 해외 브랜드들은 막대한 실적 악화를 떠안아야 했다. 
 
  •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고위당정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상청동 총리공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고위당정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상청동 총리공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현재 정부는 중국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고위 당정회의에서 "사드 배치로 중국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행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위적 방어조치로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서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실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가 당국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주장해 분쟁으로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