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최병길, 삼표시멘트 단독 대표 맡아이정수 전 대표, 그룹 기술통합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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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표그룹이 조직개편을 통해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용병술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시멘트는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이정수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최병길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정수 전 대표는 삼표그룹 기술센터장을 맡아 그룹 기술부문 통합에 나선다. 자칫 좌천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기술개발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아 그룹 경쟁력 강화를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단독으로 삼표시멘트를 이끌게 된 최병길 대표는 수직계열화로 급성장을 이룬 삼표시멘트의 안정화와 더불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미션을 맡았다. 시너지 극대화와 향후 사업 업그레이드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최 대표는 1953년 1월6일 출생으로 지난 1981년부터 2009년까지 28년간 금융업계에 몸을 담았던 '재무통'이다. 이후 2010년 12월 삼표 재무전략담당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삼표와의 연을 맺었다.

    특히 삼표산업 대표이사 사장 시절인 2013~2015년에는 동양시멘트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양시멘트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과의 협상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도원 회장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표는 2015년 9월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인수합병 후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인 지난해 삼표시멘트의 매출액은 61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8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31.5% 늘어난 수치다.

    올 1분기에는 매출액 1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6% 늘었지만, 영업이익 62억원으로 16.62% 줄어든 상황이다. 올 1분기 실적만으로 위기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향후 경영 행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삼표시멘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기초소재 부문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신속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 대표의 과제인 셈이다.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도 대폭 받고 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삼표레일웨이, 삼표피앤씨, 삼표기초소재, 네비엔 등 주요 계열사에 역대 최고 연구개발비인 총 89억원을 집행했다. 얼핏보면 작은 액수지만, 해당 업종에서 순수한 연구개발비로는 적잖은 규모다.

    이 가운데 삼표시멘트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9억원으로 가장 높다. 뿐만 아니라 폐열발전소 인수, 선박 구입 등에 약 1500억원의 투자비를 집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M&A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면서 재무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재무에 능통한 경영진을 세우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관리를 통한 안정화 작업에 매진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 ▲ 정도원 삼표 회장.ⓒ삼표그룹
    ▲ 정도원 삼표 회장.ⓒ삼표그룹


      
    삼표그룹은 최병길 대표의 삼표시멘트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기술 통합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표시멘트를 떠난 이정수 전 대표는 삼표그룹 기술센터장을 맡아 그룹의 기술 통합에 힘쓸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삼표시멘트 대표 시절에도 기술·생산부문장(CTO) 역할을 맡아왔다.

    삼표는 수직계열화 이후 실적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였으며, 사명을 변경해 그룹 CI 통합도 마무리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적 통합이다. 이에 삼표그룹이 엔지니어 출신인 이 전 대표에게 그룹 기술 부문 통합이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이정수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룹 통합 차원에서 기술부분도 통합을 하기 위해 그룹 기술센터장을 맡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기술 통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는 변곡점에 있다. 삼표시멘트 입장에서는 건설 경기 하향세를 대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병길 대표와 이정수 전 대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도원 회장의 이번 용병술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