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 소환…하 사장 출석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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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마지막 이사회는 무려 100분 간 진행됐다.KAI는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하 사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이날 오후 이사회를 소집했다. 오후 2시부터 KAI 서울사무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는 낮 3시4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하 사장은 이사진에게 검찰 조사를 앞두고 대표이사 직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의 검찰 출석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회사에 부담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하 사장은 보도자료에서도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된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또 "그동안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쌓아올린 KAI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설명드리겠다"고 했다.이날 이사회서는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될 장성섭 부사장도 참석했다고 한다.KAI는 수일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 대표를 선임한다는 방침이다.하 사장은 사실상 최초의 내부출신 대표였다. 그전까지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의 뜻이 반영된 새 대표가 선임돼 왔다. 정부기관인 수출입은행이 KAI의 최대주주인 점도 KAI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다.하 사장 후임으로는 외부출신의 친(親)문재인 정부 인사가 기용될 공산이 커보인다.같은날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하 사장의 측근인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를 소환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 본부장이 KAI와 하 대표의 비리를 도운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검찰은 지난 14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에는 경남지역의 KAI 협력사 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 중 개발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특히 그 과정서 하성용 사장를 비롯한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하 사장이 용처가 나오지 않은 17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통해 연임을 위한 대대적인 정관계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친박 실세 국회의원, 경남 사천 일대 인사 등을 지목하고 있다.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망이 KAI를 뛰어 넘어 과거 정부 인사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확대되고 있다.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서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면서 강력한 비리 척결 의지를 보였다.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 비리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소개했다.감사원이 수사를 적발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생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