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신약 등 기술력 앞세워 현지기업 통한 수출국가 확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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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가치 가운데 글로벌 전략이 중심축으로 꼽힌다. 특히 성장속도가 빠르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이 승부를 볼 수 있는 파머징 시장은 요충지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파머징 시장은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다. 중국을 비롯한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BRICs 국가와 태국,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17개국의 제약산업 신흥시장을 의미한다.
글로벌통계업체 IMS데이터에 따르면 파머징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적게는 7%, 많게는 1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4~7%로 예측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제약산업의 글로벌 전략에서 파머징 시장 공략은 필수요건이나 다름없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한국에 국내외 제약사들이 모여드는 신약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중국, 인도 등 제약산업 신흥국인 파머징 국가에 투자해 해외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주요제약사들은 자체 신약 및 원료의약품 등으로 일찌감치 파머징 국가 수출에 물꼬를 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뤄진 현지 기업과의 협업은 수출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 고혈압신약 '카나브'를 들고 동남아와 중남미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 시장까지 발을 뻗치며 파머징 시장 공략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보령제약은 다국적 제약유통회사인 쥴릭파마와 2015년 동남아 13개국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데 이어, 올해는 싱가포르에서 직접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올해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추가적으로 시판허가를 받고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허가받겠다는 계획이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2014년 멕시코에서의 판매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남미 10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고, 지난 7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10개국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보령제약이 현지 유통사와 파트너 관계를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면, 대웅제약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웅제약은 2004년 베트남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바이오 기업인 '인피온'과 '대웅 인피온'을 설립하고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립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적혈구 생성인자(EPO) 제제인 '에포디온'은 올해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2013년에는 중국 요녕성 내 바이펑유한공사 인수와 함께 cGMP 내용액제 전용 공장인 '요녕대웅제약'을 설립해 소화제 '뉴란타'를 생산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 곳에서 생산된 내용액제를 한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공급하는 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동아에스티는 중국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1년 상해의약집단과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독점 판매 계약, 2012년 루예제약집단과 당뇨병치료제 '슈가논', 글로리아와 항암제 '모노탁셀'의 기술수출 계약, 2013년 토썬과 B형간염치료제 원료의약품 '엔테카비어' 수출계약 등을 체결해왔다.
지난해에는 결핵치료제 원료인 '테리지돈'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동아에스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인도, 필리핀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체 개발 당뇨신약 '제미글로'의 해외진출을 위해 2013년부터 프랑스 사노피, 멕스코 스텐달 등 현지 대표기업과 손잡고 전 세계 104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메이드인코리아' 대표 신약으로 자리매김했다. 파머징 국가에서는 인도, 중남미 10개국에서 허가받았고 중남미 최대 시장인 멕시코에서는 올해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머징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한 투자와 파트너링 등 '로컬리제이션'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파머징 국가에서의 성과는 제약산업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데 단단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