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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가 '채용 비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2012~13년 선발된 신입사원 518명 가운데 493명(95%)이 청탁자와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탁자 중에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등 국회의원이 최소 3명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뿐 아니라 불합격자 중에서도 최소 200명 이상이 내·외부 인사의 지시와 청탁에 의해 선발과정 시작부터 별도관리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지원자는 5286명이었다.이같은 사실이 언론보도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자 강원랜드는 곧바로 공식 사과했다. 이미지 실추와 불신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강원랜드는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1960, 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미개한 범죄"라며 "국민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흥집 전임 사장 시절 일어난 일"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강원랜드는 "2013년 초 당시 최흥집 사장이 강원도 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공기업 정원을 통제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교육생을 무려 518명이나 뽑으면서 외부의 부정한 청탁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강원랜드와 시민단체는 당시의 인사시스템은 곳곳에 부정이 발생할 여지가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전형절차는 서류전형(학력+자소서), 필기전형(인적성검사), 면점 심사(간부진 대면)로 이뤄졌다. 이를 악용해 '청탁자-최흥집 사장-인사팀장-인사팀'이 구성한 세계 안에서 청탁 대상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단 서류 평가를 맡았던 인사팀 직원들이 팀장 지시로 청탁 대상자들의 점수를 끌어올렸고, 면접 땐 심사위원 간 사전 협의해 사후 추가조작으로 '청탁 대상자 살리기'가 이뤄졌다. 면접위원은 인사팀장과 카지노관리실장, 호텔관리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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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소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자체적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임원이나 경력직 채용을 모두 공채로 진행하고, 심사위원을 외부인사로 구성해 채용 문제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등 외부 청탁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전형절차를 서류전형(해당자격증+자소서)을 블라인드 방식(면접번호 외 비공개)으로 변경하고, 필기전형에는 기존 인적성검사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외국어를 포함시켰다. 또 인적성검사는 고득점자 순으로 시행키로 하고, 면접심사는 블란인드 방식과 임원진 대면 등 2번에 걸쳐 시행키로 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2014년 11월 현 함승희 사장은 취임 이후 뼈아픈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차원에서 임원 또는 경력직 채용을 모두 공채로 진행하면서 심사위원을 외부인사로 구성해 채용 문제에 일절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외부 청탁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실·팀장 승진 또는 보직 인사 때에도 학연, 지연, 혈연 등 부정적 요소의 개입을 모두 막고 업무능력과 적성에 따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청년참여연대는 "사실로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청년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각한 청년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구직자들은 국회의원 비서관이라서, 사장의 조카라서 채용되는 현실에 깊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제정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