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경영쇄신안 발표… 이양호 회장 "사랑·신뢰받는 공기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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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 주관 특별근로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 만연하고,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리비 특혜에 대리출근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그러자 마사회는 곧바로 경영 쇄신안을 내놓으며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다음달 23일 마사회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어 보인다.

     

    20일 마사회와 고용부, 농해수위 소속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과 8월1일 마사회 렛츠런파크부산경남(부산경남본부)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고용부는 외부전문가와 업계종사자 등 35명의 특별감독반을 구성, 부산경남본부의 노동관계 전반을 살펴보기 위한 특별감독에 들어갔다. 특별감독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2일까지 13일간 이뤄졌다.

     

    고용부의 특별감독 결과, 부산경남본부는 마필 관리사의 안전관리에는 소홀했을 뿐만 아니라 산재 은폐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남본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등 총 632건을 위반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총 525건으로, 고용부는 이중 255건을 사법처리했다. 나머지 27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총 4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은 총 107건이었다. 이 가운데 51건이 사법 처리됐고, 55건은 과태료 4940만원이 부과됐다. 1건은 차별시정 조치됐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필관리사에게는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 산정 오류로 3400만원이 미지급됐고, 일부 직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주기도 했다. 마필관리사의 시간외 수당 등은 7100만원 과소 지급했고,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6000만원도 주지 않았다.

     

    더욱이 부산경남본부는 말을 관리하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2013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5년간 응급센터를 통해 후송된 노동자 107명 중 62건의 산재를 보고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세계 선진 수준의 경마 실시국에 걸맞지 않게 산업안전보건은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협력업체 안전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마사회의 비위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간에 건물을 임대해 주면서 수십개월동안 억대의 공과금과 관리비를 징수하지 않는 가 하면, 시간제경마직(PA) 질서반장이 대리출근으로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철민 의원실에 따르면, 마사회 청담문화공감센터(강남지사)는 민간에 임대해준 1층 카페에 대해 2015년 1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28개월동안 공과금과 관리비 등을 징수하지 않았다. 이 기간 마사회가 카페 주인으로부터 미징수한 전기·수도요금 등 공과금은 도시가스 요금을 제외하고도 4972만원(177만6000원×28개월)이나 됐다.

     

    건물관리비도 받지 않아, 이를 다 합하면 청담문화센터가 카페 주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1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청담문화센터와 카페 주인이 체결한 임대차 계약서에는 관리비에 대한 별도의 명시 조항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데에는 당시 청담문화센터 센터장의 권한남용이 있었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2015년과 2016년 당시 청담문화센터 센터장이 직무관련 권한남용을 통해 제3자가 부당한 이득을 도모했고,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특히 후임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지사지원처장은 은폐 시도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 대전문화공감센터(대전지사)에서도 PA 질서반장이 결근자를 출근한것처럼 꾸며 출근 급여를 타낸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대리 출근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드러난 것만 43차례, 392만원에 달했다.

     

    김철민 의원은 "마사회가 PA 관리에 소홀했기에 부정한 근태관리가 이뤄진 것"이라며 "마사회는 전국 지사의 근태를 조사해 내부비리를 근절하고 공직 기강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 논란이 불거지자 이양호 마사회장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이양호 마사회장은 "일상 근로속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 부문 개선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통해 시정조치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근로자가 일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작업장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 ▲ 공공운수노조와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유가족이 지난 8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의 경영진 처벌과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공운수노조와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유가족이 지난 8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의 경영진 처벌과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경영 쇄신안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의 주요 목표는 △'경마=도박' 부정적 이미지 탈피 △마사회 공익성에 대한 국민 이해도 제고 △공공성 확대로 국민 신뢰 회복 등이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경영기조를 수익ㆍ경쟁에서 공익ㆍ효율로, 경마시스템은 경쟁에서 경쟁과 분배의 조화 및 노동존중으로 전환한다. 이와 관련 장외발매소 입지 선정 시 도심지는 배제하고 교육시설 이격거리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주민 사전 설명회도 의무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불법사설경마 근절을 위한 전담 조직도 신설하고, 전문인력 양성·활용도 강화키로 했다.

     

    영천경마공원 건설사업 조속 추진, 화옹 호스파크 조성사업 추진, 경마의 해외진출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등 말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 외에도 공공성 제고와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해 승마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정부 지침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적극 도모키로 했다.

     

    이양호 회장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