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가족들이 본인을 도와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봉급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비리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비리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경영비리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1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지난달 30일 열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과 별도로 이날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도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수준의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건의 성격과 범행 전반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가족을 통해 취득한 이득의 규모,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신 총괄회장의 연령과 건강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엄중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지시하고 신 회장이 시행함으로써 공동으로 이 사건 전반을 주도했다"며 "최초로 범행을 결심해 지시했으므로 실행 과정을 주도한 신 회장과 함께 주범의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 변호인 측은 "신 총괄회장은 한국롯데 돈을 횡령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보수를 지급한 것이 아니다"라며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회사는) 무려 40년간 이자, 배당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은 회사의 이익을 사유화해 사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희생시켜 한국 계열사들을 성장·발전시켰다"며 "피고인의 애국심과 경영철학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시고 경제계의 거목이 조용히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조세포탈의 가벌성에 대해 현재와 과거의 법의식이 다르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10여년 전 과거 행위를 현재의 법의식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있으니, 여러 사정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탄 채 법정에 입장한 신 총괄회장은 건강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모습을 보였으나,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신 총괄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회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월급을 준거다. 일 안한 사람한테 준 적은 없다"며 "내 회사인데 내가 횡령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동석한 신 총괄회장 변호인은 "월급을 지급한 기억은 없지만 회사를 위해서 일하고 봉급을 받는게 왜 횡령이냐고 반문했다"며 재판부에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끝으로 신 총괄회장은 "가족들이 본인을 도와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봉급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변호인의 입을 통해 재차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일가에 대한 부당 급여 508억원을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또 서미경씨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을 몰아줘 회사에 778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신 전 이사장, 서씨 모녀에게 불법증여하면서 증여세 858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도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 신 전 부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25억원을 구형했다. 신 전 이사장과 서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7년에 벌금 220억원, 1200억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22일 오후 2시에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