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억원 들여 '산수음료' 인수… 수원지 추가 확보'신의 한 수'냐 '무리수'냐 두고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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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커지는 국내 생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수 제조 업체를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생수 시장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와 경쟁할 실탄을 갖추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매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생수 사업군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지난달 680억원을 들여 인수한 생수 제조업체 '산수음료'를 두고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산수음료를 인수하면서 생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고 수원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만 최근 대형업체들이 연이어 생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인수한 산수음료는 지난 1985년 설립된 생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산청군 지리산 지역과 경기도 남양주 2개 공장에서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CH청원, CH양주, 백학음료 총 3곳의 생수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 제품 3개중 1개인 '아이시스 지리산 산청수' 생산을 맡았으며 이밖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동아오츠카 등에 제품을 납품했다. 산수음료는 지난해 매출액 125억원, 당기순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 자회사인 씨에이치음료 양주공장은 약 1km 떨어진 곳에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젖소와 사슴이 매몰된적이 있고 약 6km 인근에는 대규모 공동묘지가 개발되고 있어 과거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공동묘지와 가축 매몰지가 수원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롯데 측은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수음료 인수로 롯데칠성음료는 수원지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며 "잘못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박힌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롯데칠성음료에게도 수원지 추가 확보는 꼭 필요한 투자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이처럼 생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시장 성장세와 맞닿아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7403억원으로 6년여만에 1.5배 커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에는 1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최근에는 신세계푸드와 아워홈, 오리온, 정식품, 동원F&B, 해태음료 등 식품업체는 물론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G마켓 등 유통업체들까지 생수 시장에 연달아 진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현재 '제주삼다수'가 시장점유율 41.5%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롯데칠성 아이시스(9.7%), 농심 백산수(8.0%)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 내부적으로도 생수 사업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롯데칠성음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생수 매출액은 966억원으로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8%에 불과했다.
생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생수부문 매출은 1813억원, 매출 비중은 8%대로 증가했고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611억원, 매출 비중은 8.9%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전체 사업 매출에서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제주 삼다수'가 최근 제주도에 생수 신규 라인을 증설하고 농심도 백두산 신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면서 생수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자회사로 인수하고 '올반 가평수'를 내놨으며 아워홈은 '아워홈 지리산수'를 내놓는 등 새로운 대형 경쟁자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으며 오리온은 지난해 구성한 신규사업팀을 중심으로 생수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와 농심이 신규 라인을 증설하고 대형 기업들이 연달아 생수 업계에 진출하면서 롯데칠성음료는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투자는 필연적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다만 대규모 투자 단행에 대한 근거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제주삼다수의 판권이 광동제약과 코카콜라로 이원화되고 농심 백산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데다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며 "롯데칠성음료의 이번 인수가 어떠한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