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주저해서는 안돼"... 구조조정 원칙론자지배구조개선 및 금융그룹 통합감독으로 재벌 견제 나설 듯
  • ▲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연합뉴스
    ▲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연합뉴스


    기업 구조조정에는 원칙론, 재벌 개혁문제는 강성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앉으면서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의 금융계 저승사자가 등장한 것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이슈에는 원칙을 중시하며, 재벌개혁 이슈에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기고한 '부실기업은 모두 살려야 하는가'라는 칼럼에는 이러한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에 철학이 담겨있다.

    해당 기고글에서 김 원장은 "웬만한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정부를 탓하며 정책적 자금지원을 하라는 소리가 쉽게 나오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내야 한다"며 "시장과 법률에 의한 구조조정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법정관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원장의 생각은 현재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방안과 같은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는 성동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내고 STX조선은 사업재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른 칼럼에서는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이슈와 관련해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구조조정은 없다"며 "속된 말로 누군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구조조정과 관련해 강경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김 원장의 철학이 실제 구조조정에도 적용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관제탑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 금감원에 역활이 대폭 축소됐다. 여기에 경남기업 특혜성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박했다는 이유로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일부 유죄 판결 등을 받으면서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김기식 원장은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김 원장의 생각은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칼럼에 나타난다. 해당 글에서 김 원장은 "오랜 관치와 함께,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지적했다.

    특히 재벌 계열 2금융 회사의 경우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영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며 "속된 말로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김 원장의 생각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강화됐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물론,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그룹 통합 감독 역시 재벌을 상대로 금융당국이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합 감독은 금융계열사를 그룹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없애고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 동반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통합 감독 대상으로는 5개 재벌계 금융그룹(삼성과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에도 기업의 지배권 강화 목적의 자사주 취득 제한, 보험업법상 자산운용규제 때 공정가치(시가) 반영 등 재벌에 대한 견제 입장을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원칙을 중시하는 김 금감원장의 부임은 기업의 구조를 개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며 "반면 재벌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강경론이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