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분기 한국 진출 가시화관련 인력 채용 공고 나서토종 H&B스토어와 격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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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가 내년 하반기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헬스앤뷰티(H&B)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매년 20~30% 이상 고성장하고 있는 H&B 시장에서 국내 유통강자들과 글로벌 1위와의 만남이 가져올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는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인 '링크드인'에 세포라 한국지사의 인사 관리자(Human Resources Manager)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는 내년 3분기께 진출한다. 그동안 세포라 진출에 대해 설이 돌았지만 인력 공고를 통해 한국 진출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처음이다.
세포라는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속해 있으며 미국·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33개국에서 23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만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일반 H&B 스토어가 중저가 화장품 위주라면 세포라는 샤넬과 디오르·에스티로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포라의 한국 진출에는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시장이 편집숍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브랜드숍 중심이던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다양한 제품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자신에 맞는 것을 찾기 원하는 편집숍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H&B 스토어가 새로운 화장품 유통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1위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매장 1000개를 돌파하기도했다.
1인 가구와 싱글족 확대로 H&B 스토어 시장도 향후 성장도 긍정적이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규모는 2013년 6000억원에 지난해 약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해 2조원을 돌파하고 5년 안에 3조원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13조원으로 형성, 세계 9위의 시장규모를 자랑한다"면서 "편집숍인 세포라는 한국이 중국에 이어 매력적인 기회의 시장으로 판단해 진출을 타진한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세포라의 한국 진출로 H&B 스토어들은 예의주시하면서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자체를 키우고 소비자들의 선택 권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택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 못지않게 우려 시각도 크다. H&B 스토어와 자국 뷰티 브랜드가 강세인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까를 두고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다. 세포라는 과거 한국과 화장품 시장이 비슷한 일본에서 철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포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재 한국 화장품 트렌드는 '가성비', '가용비'"라면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거 포진돼 있는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세포라가 가진 주요 경쟁력"이라며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이들 브랜드 대부분이 백화점에 입점해있다. 차별화를 두지 않으면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