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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한 정치권이 미래의 먹거리를 걷어차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특정 시민단체의 논리를 서포트해주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와 증선위 행정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 거시경제 전문가가 바라본 삼바 '고의 분식회계' 논란의 주요 쟁점
조 교수는 삼바 고의 분식회계 논란의 주요 쟁점을 ▲2015년 삼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의 적절성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의 적법성 ▲바이오젠의 에피스 콜옵션 공시 고의 누락 여부 ▲삼바 분식회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미친 영향 등으로 짚었다.
우선 지난 2015년 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적절했는가에 대해서 증선위는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반면 조 교수는 일회적 평가이익으로 기업본질가치를 바꾸지 못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이를 회계분식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증선위는 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 특별히 전환해야 할 근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합작투자사인 바이오젠이 2015년 콜옵션을 행사할 실익이 커졌기 때문에 관계사 전환 고려는 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바이오젠의 에피스 콜옵션 공시 고의 누락 여부에 대해서는 "미기재는 단순 실수"라면서도 "2014년까지 콜옵션 가치가 낮았기 때문에 행사 가능성이 낮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의 일관적인 주장은 삼바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사후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선후관계를 보면 삼바 분식회계 논란과 삼성물산 합병 이슈 간에 아무 관계가 없다"며 "합병 비율은 주가에 연계되기 때문에 분식회계와 합병이슈는 무관하다"고 단언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되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린 2015년 7월 이전에 삼바의 분식회계로 제일모직의 주가가 고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삼바는 2016년 11월에야 상장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주장도 논거가 부실하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조 교수는 "합병비율을 정할 때, 주가 이외에 어떤 다른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주장에 대해 '모회사 할인 퍼즐'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팔 수 없는 주식이다. 배당권리만 가진 반쪽자리 주식이기 때문에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
일각에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2015년 8월 당시는 여전히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갖고 있었을 때"라며 "엘리엇의 공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논리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조 교수는 "증선위의 고의적 분식회계 판정은 삼바를 넘어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전반으로 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2015년 합병 이전으로 문제를 확대시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삼바 회계처리 문제를 줄기차게 (이 부회장) 후계구도와 연결시켜왔다"며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은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삼바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삼바는 2012~2014년의 에피스 회계를 재작성해야 한다. 이 경우 삼바가 소급적용해서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삼바 사태가 확대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산업 시장규모는 2016년 기준 21조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불모지로 뻗어나갈 여지가 그만큼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삼바는 코스피 시장이 아닌 나스닥으로 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랬다면 최소한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리와 재감리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본안 소송인 증선위 의결 취소청구소송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본안 소송에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선기간 없이 즉시 삼바 주식 거래재개를 결정한 사실 ▲행정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식거래가 재개된 첫날 삼바의 주가가 정지 직전일 대비 17% 오른 점도 본안 판결에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법과 제도의 안정성을 해친 것은 아픈 대목이지만 본안 소송에서 마땅히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