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위원 20명 중 12명 참석… 표결 대신 합의 방식박능후 장관 "명백한 위법때만 주주권 행사할 것"
  •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경영참여 방식의 주주권 행사를 최종 결정했다.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배임·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 이사직을 자동 박탈하는 정관변경을 주주제안에 담아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대한항공에 대해선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 조양호 회장, 배임·횡령 확정땐 자동 해임

    국민연금 기금운영위는 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기금위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다. 

    이날 오전 8시에 시작한 회의는 낮 12시30분이 돼야 마무리됐다. 총 20명의 위원 중에 12명이 참석해 표결이 아닌 합의방식으로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한진칼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주주권) 를 도입한 이래 첫 경영 참여대상이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두고 한진그룹의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분리해 안건으로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경영참여 방법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매매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관변경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중 가장 강도가 약한 조치다. 

    당초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참여 논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임원 해임·사외이사 선임·의결권 사전공시 등이 거론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주주의 탈법을 막는 제재 수단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면서 강도 높은 주주권 행사가 예상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앞으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에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 '10%룰'에 가로막혀 대한항공은 제외

    만일 기금위의 의도대로 정관 변경에 성공하면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 상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 등기 이사에서 자동으로 빠지게 된다. 

    이날 기금위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식 소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5%룰' 제한을 받게 된다.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한 5% 이상 주주는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공시해야 한다. 

    반면 대한항공의 경우,  지분 11.56%를 보유해 '10%룰'의 적용을 받는다. 경영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할 경우,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뱉어내야하고 주식을 사고 팔때마다 공시해야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대한항공의 경영참여 반대가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23일 1차 회의에서 총 위원 9명 중 한진칼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찬성이 4명, 반대가 5명이었다. 또 대한항공은 2명이 찬성, 7명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300곳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향후 주주권 행사의 모범사례로 만들 것"이라며 "주주권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국민연금은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활동으로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국민의 이익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전하게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다수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더 성장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