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보일러' 경쟁사에 모두 밀려영업이익률 0%대… '현상유지' 급급일본 본사 지분 97%… 한국 투자 등 인색
  • ‘가스 명가’ 린나이가 추락하고 있다. 가스레인지, 보일러 등 주력제품 경쟁력 약화로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앗기며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린나이코리아의 매출은 3604억, 영업이익 8억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3773억원·연결기준)은 4.6% 감소했고, 영업이익(77억원)은 무려 862%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린나이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급기야 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4년 3.9%, 2015년 3.6%, 2016년 3.3%, 2017년 2.0%, 2018년 0.2%로 꾸준히 떨어졌다.

  • ▲ 린나이 최근 매출·영업익 추이 ⓒ 조현준 그래픽기자
    ▲ 린나이 최근 매출·영업익 추이 ⓒ 조현준 그래픽기자

    관련업계는 실적감소의 주원인을 주력제품 경쟁력 약화로 꼽았다. 한때 가스레인지 등 주방가전 부문에서 40%대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던 린나이는 최근 SK매직 등 경쟁사에 밀리며 2~3위 자리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린나이는 1970년대 일본 가스레인지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원조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명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잘나갔지만  ‘가스회사’라는 기존 이미지를 고수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현재 린나이는 전기레인지 등 트렌드 제품군에서 완전히 밀려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주방가전 시장 내 독보적 1위였던 린나이가 가스레인지 등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점유율이 30%대로 하락했다”면서 “한국 시장 내 전략을 이익 실현보다는 현상 유지로 잡고 있는지, 신제품 개발 등 투자도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주력 제품인 보일러도 마찬가지다. 린나이는 30%대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귀뚜라미와 2위 경쟁을 벌였었다. 하지만 최근엔 완전히 동력을 잃었다. 점유율은 10%대로 하락했으며 경쟁사에 물량을 뺏기고 있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초반만 해도 20% 후반의 점유율로 시장 내 입지가 상당했지만, 최근엔 1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 초엔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수익 위주로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도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 린나이 주요 제품군 시장 점유율 현황 ⓒ 조현준 그래픽기자
    ▲ 린나이 주요 제품군 시장 점유율 현황 ⓒ 조현준 그래픽기자

    업계는 린나이의 경쟁력 악화가 창업주인 강성모 전 회장의 지분 매각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다. 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보유지분 49% 전체를 린나이 재팬에 넘겼다. 현재 린나이코리아는 린나이 재팬이 지분 97.7%를 갖고 있는 일본 기업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이 일본 본사로 넘어간 2009년을 기점으로 마케팅·개발비를 대폭 축소했으며, 일본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등 국내 상황을 전혀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했다”면서 “본사가 한국 사업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자 각 지역 대리점주의 불만도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최근 실적 부진과 투자 축소 등에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단지 최근 국내 사업 기조를 내실 위주로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을 보탰다.

    린나이 관계자는 “내부지침상 최근 투자 축소와 실적 감소에 대한 응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근 한국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이끌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