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슈넬레케 그룹 인수설 최종 부인공격적 M&A 벗어나 회사 내실 다지기 나서CJ 측, 신중론 반영된 결과… 전략 수정해야
  • ▲ CJ THE CENTER. ⓒCJ
    ▲ CJ THE CENTER. ⓒCJ
    CJ그룹이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인수·합병(M&A) 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월드베스트 CJ' 달성을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이 지난해 초부터 검토해온 M&A가 CJ제일제당을 제외하곤 모두 불발됐다.

    전과 비교해 비교적 큰 규모의 건들이라 기대감을 모았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전날 CJ대한통운은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그룹 인수설을 최종 부인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인수 추진 보도 관련 글로벌 사업 확장 기회를 검토했으나 대내외 환경 변화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큰 건의 M&A를 통해 본격적인 외형 성장을 계획했던 CJ그룹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재계에선 CJ그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공격적 M&A에서 벗어나 회사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인수를 공식화한적은 없었다"면서 "현재로선 다른 M&A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CJ ENM이 추진했던 유럽 멀티커머스업체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 작업도 지난해 말 최종 중단된 바 있다. CJ ENM은 지난해 초부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모데르나 인수를 추진했으나 10개월 여만에 협상이 무산된 것이다.

    CJ그룹은 지난해부터 사업재편에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했고, 지난 2월에는 CJ ENM 자회사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경영권도 홍콩계 사모펀드에 넘겼다.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는 한편, 외형 확장에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그룹 계열사 3곳이 한꺼번에 M&A를 검토하면서 M&A 성사 여부에 따라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그레이트 CJ'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추진 중인 M&A 건들이 모두 규모가 컸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았다. 이 중 유일하게 CJ제일제당이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의 슈완스컴퍼니는 CJ그룹 역사상 가장 큰 M&A 사례로 남았다.

    CJ그룹 측은 M&A 철회에 대해 신중론이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과 CJ ENM의 정확한 인수 철회 배경은 알 수 없으나 M&A 검토 과정에서 서로 이견이 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M&A에는 언제나 '승자의 저주'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과도한 M&A 과정에서는 기업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유동성이 악화돼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한 몸집 불리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CJ대한통운이 슈넬레케 그룹 실사 과정에서 재무구조 등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 ENM 또한 사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CJ그룹 차원에서의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주력 계열사 매각과 사업 재편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슈넬레케 인수 작업에 나서는 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면서 "CJ그룹의 경우 그룹 최대 규모의 슈완스컴퍼니 인수를 최근에 마무리한 만큼,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