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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1조 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계기로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해당 기술수출 성과를 자축하는 행사에서 코스닥 상장 계획을 공개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18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11억 4500만 유로(약 1조 5183억원) 규모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BBT-877'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브릿지바이오는 임상개발, 허가·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11억 유로(약 1조 4600억원)을 받게 된다.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로 4500만 유로(약 600억원)를 수령하고, 향후 상업화 달성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당 기술수출로 실적도 가시화된 만큼, 이번에는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입성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증권사나 투자은행(IB)이 성장성이 있다고 추천하는 우량 기업에 대해 자본금 등 상장에 필요한 경영 성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7년 1월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테슬라 요건)과 함께 도입된 제도로, 공모로 주식을 취득한 일반청약자에게 6개월 간 공모가 90%의 풋백옵션을 부여하게 된다.
해당 제도를 통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인 셀리버리가 지난해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임성한 바 있다. 바이오 기업인 올리패스도 해당 특례를 적용 받아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성 평가가 필요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상장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와 지난 5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바 있다. NRDO(개발 중심 바이오벤처)라는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내달 말이나 9월 초에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이제 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성장성 평가라는 트랙으로 IPO(기업공개)를 빨리 추진하려고 한다"며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거래소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해서 올해 말, 내년 초 IPO를 목표로 다시 한 번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NRDO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여 개발한 뒤 대형 제약사에 해당 물질을 되파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번에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된 BBT-877은 브릿지바이오가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에서 300억원 규모로 기술도입한 물질이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브릿지바이오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BBT-877을 개발해 왔다"며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BBT-877을 개발해서 경쟁약인 'GLPG1690'과 거의 같은 시점에 시장에 론칭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GLPG1690은 벨기에 갈라파고스사의 신약후보물질로, 임상 3상 중이다. BBT-877은 임상 1상 단계이기 때문에 GLPG1690의 연구 속도가 더 앞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