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사퇴하면서 지난해 초 한국콜마가 인수한 씨제이헬스케어도 뒷심이 다소 떨어지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윤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면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 입게 될 고객사와 저희 제품을 신뢰하고 사랑해주셨던 소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 명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설명하며 극보수 성향의 유튜버 '리섭티브이(TV)'의 영상을 재생해 논란을 샀다.
이번 윤 회장의 사임으로 씨제이헬스케어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기존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씨제이헬스케어는 강석희 대표가 이끌어 왔으며,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사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그동안의 큰 지주사의 전반적인 리드는 윤 회장이 해왔지만, 계열사마다 전문경영인들이 기존에도 경영을 잘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회장이 대웅제약에서 15년 동안 재직하면서 부사장까지 올랐던 '제약맨'이기 때문에 씨제이헬스케어로서는 든든한 뒷심을 잃게 됐다.
윤 회장은 매각 당시 업계 추산 가치인 1조원대보다 높은 1조 3100억원에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하는 등 제약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윤 회장의 사임으로 인해 올해부터 합병 시너지를 발휘해 국내 톱5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에도 다소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올 들어 한국콜마는 바이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지난 6월 충청북도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위치한 오송공장 부지에 신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티케이엠(TKM)의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투입했다.
신공장 건설은 기초수액제 시장 진출을 위한 것으로, 오는 2020년 완공해 2021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신공장은 연면적 3만 2893㎡(약 1만평) 규모로 수액제를 연간 5500만개 생산할 수 있다. 신공장이 완공되면 씨제이헬스케어의 수액제 전체 생산규모는 연간 약 1억개로 늘어난다.
TKM은 대한제당의 바이오의약품 계열사로, 신성빈혈치료제인 EPO(Erythropoietin, 적혈구 생성 인자) 제제의 제조와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가 진행해온 EPO 사업(2세대)과 티케이엠(1세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에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올 들어 바이오 분야에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왔는데 윤 회장이 사임한 이상 이전보다는 적극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