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들은 "피고인의 행위가 과연 증거인멸 행위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6일 오전 11시 증거인멸이나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바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삼바의 4조 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배당된 피고인 8명의 5개 증거인멸 사건을 전부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에피스 측 변호인은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고인 행위에 대해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피스 측 변호인은 "양모 피고인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 행위에 대해서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 측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해야 하고 해당 자료와 삼바 분식회계의 연관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피스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에피스 직원이 삭제했다는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돼야 한다"며 "이게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인지도 검찰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보면 2560개 파일이 삭제됐다고 표현돼 있는데 이들 자료 중 어떤 자료가 증거인멸과 관련돼 있는지, 공소장에 특정된 삭제 파일 6개에 대해서도 삼바 분식회계와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증거인멸 교사죄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을 때 성립한다. 따라서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무죄로 결론이 날 경우, 증거인멸이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의 양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측 변호인은 "분식회계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죄로 성립되지 않는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많은 양형을 받게 된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타인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가 확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은 삼바 관련된 부분을 타인의 형사사건이라고 보고 있다"며 "타인의 형사사건이 무죄가 되는 경우라면 증거 교사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다투고자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삼바 담당자들이 자기 형사사건에 관련된 자료를 삭제한 경우에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 측 변호인은 "삼바 담당자들이 분식회계와 관련돼 있다"며 "자기 형사사건에 관련된 자료를 삭제한 것이니까 죄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자기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죄는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 한해서만 죄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 없는 제3자를 실행자로 많이 잡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이미 다 마쳤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교사라고 하는 것은 타인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은닉했을 때 인정되는 범죄"라며 검찰 공소장에 '타인의 형사사건'을 어떻게 특정했는지 물었다.
이에 검찰은 "삼바 임직원들과 회계법인을 계속 수사 중이고 추가 관련자들이 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계속 재판을 진행하면서 특정하겠다"고 답했다. 향후에 좀더 공소장을 구체화해서 정리하겠다는 얘기다.
검찰 측은 삼바의 콜옵션 미공시와 이를 둘러싼 범행 동기 등에 대한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할 계획이다. 다만, 공소장의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정식 재판 전에 공소사실과 관련된 삭제 파일을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6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