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 마련'알짜'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밥캣 분할 후 합병설 대두채권단 후속 조치에 속도 붙을 듯
  • 경영난으로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을 조달하는 두산중공업을 위해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마련하는 가운데 '알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분할·합병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5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제출할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그룹 전체 임원이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경비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채권단의 이번 지원은 지속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난과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당기순손실 2017년 1097억원, 2018년 4217억원, 2019년 104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누적돼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 방안이 자구안에 들어가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부진에 경영 위기에 빠진 모회사 밑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이 그대로 있으면 두 회사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가 자회사로 전이되면 이들 회사의 신용도 역시 떨어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이 두산중공업과 절연하는 방법으로는 두산중공업 분할 후 합병 방안이 거론된다.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다음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두고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방안이다. 

    분할·합병은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을 매각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2018년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 사업부문 지분은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밥캣 지분 등을 담은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혼자 자생할 조건만 갖추면 분할·합병이 깔끔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후속 조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수은은 경영자문역을 두산중공업에 파견해 지원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관리한다. 산은은 또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을 신설해 기업금융부문의 두산그룹 담당팀을 불러들이고 일부 인력을 충원해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