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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에 투자한 개미투자자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배당 자제령’을 내리면서 손실을 만회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국내 은행권에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 매입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 말은 현재 위기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충분한 손실흡수와 자금공급 능력을 유지하란 뜻에서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은행들이 배당을 축소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에게 상실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금감원장의 은행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자제 권고는 표면적으로는 바젤Ⅲ 최종안 일부 도입으로 인해 자본 비율이 상승하면서 자본 여력이 늘어나게 되므로 이를 실물경제 유동성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올해 은행 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각종 위기 지원 방안에 민간은행들이 동원되면서 은행 주주들의 주주가치 침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결산 기준 은행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5.08%다. 하지만 현재 주식가격이 이어지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배당수익률은 1.5배 증가한 8.03%를 기록하게 된다.
연초대비 주가는 약 30% 빠졌지만, 배당 수익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만큼 은행주를 들고 있는 개미투자자에겐 실낱같은 희망인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미 주주들에게 배당성향 30%를 약속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라며 “작년보다 배당성향이 올랐는데 중장기적으로 30%까지 가겠다고 약속한 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매년 이익을 주주와 나눔으로써 배당성향을 26%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해도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결정할 경우 ‘30% 배당성향’ 약속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장의 지나친 경영 개입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은행권은 위기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둔 상황이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5.25%, 13.54%로 완충자본을 포함한 바젤Ⅲ 규제비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의 총자본비율 평균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4.61%인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란 얘기다.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13.2%로 규제 기준인 100% 상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충분한 위기대응 능력을 갖췄음에도 배당까지 줄여가며 충당금을 쌓으라는 건 지나친 경영 개입”이라며 “자사주 역시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책임경영을 이유로 사들이는 것인데 현재 모든 상황을 금융당국이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