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 동시 부과…여야 "이중과세"주요국 상장 주식 과세 양도소득세만전문가 "세제 전환, 면밀한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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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대주주 요건 강화 강행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 동시 부과…여야 "이중과세, 증권거래세 폐지 해야"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를 할 때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지난 1963년 처음 도입됐다가 1971년 자본시장육성책의 일환으로 폐지, 이후 1978년에 부활했다. 재산소득과세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에 부과되는 것을 두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불붙은 것은 지난 6월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한 직후와 맞물린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기본공제 2000만원)를 전면 도입하는 동시에 증권거래세는 현행 0.25%에서 0.15%로 낮추기로 했다. 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고소득자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주식 양도세와 거래세가 동시 부과돼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금융당국도 증권거래세 폐지 의견을 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8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도소득세와 이중과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부터 종목별 시가총액 3억원으로 대주주 범위가 확장되는 만큼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주식 양도세 전환을 전제로 증권거래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여야가 4월 총선 당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한 데 이어 21대 국회가 열리자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증권거래세 폐지에도 힘을 싣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인 김병욱 의원은 "거래세를 유지하고 양도소득세를 매길 경우 주식 시장의 효율이 떨어진다"며 증권 거래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국 상장 주식 과세 양도소득세만…전문가 "세제 전환, 면밀한 전략 필요"

    증권업계는 어설픈 주식양도차익 과세로 주식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도소득세 전환을 반복적으로 추진했으나 투자자 반발과 거래 위축으로 결국 실패한 대만 증시와 같은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에 따르면 주요국의 상장 주식 과세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기존 양도소득세에 추가로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취했다.

    대만은 1988년 들어 주식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자 시장 안정과 조세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기존 증권거래세에 추가해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등 시장 부양을 위해 적극 개입했다. 

    이후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탔으나 투자자 상당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우회했다. 결국 대만 정부는 1990년 1월부터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0.6% 인상했다. 

    대만은 2013년 중반 재차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8년까지 시행을 유예했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쳐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를 철회했다. 

    반면 일본은 장기적인 추진 계획으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1947년부터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했다가 1953년 폐지한 뒤 증권거래세를 채택했다. 1989년부터는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증권거래세의 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장 주식 관련 전체 세금 총계는 증권거래세만 걷던 1988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2005년부터 기존 세금 규모를 넘어섰다. 

    보고서는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세제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해보다는 면밀한 계획 수립과 대응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간 상호 보완체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구기동 신구대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증권거래제도와 조세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증권거래세가 양도소득세의 보완 수단으로 증권거래의 투기화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에 따른 조세 형평성이 저해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 구조에서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전환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