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거부권 시한… 합의 VS 사업철수 촉각SK, 조지아주 2공장 신규 공사 발주 중단"거부권 안 나오면 사업 철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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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거부권 행사 시한(11일)을 약 일주일 남겨 두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다른 배터리 특허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 측 손을 들어주면서 배터리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패하면서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를 늦추고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했다. 사실상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미국 ITC는 지난달 LG가 SK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의 최종 결정에서 LG측의 손을 들어주며 SK에 미국내 10년간 배터리 관련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의 최종 확정 여부가 미국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이에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고, 최근 김준 사장도 미국으로 건너가 막판 설득에 사활을 걸고 있다.
ITC는 최근 LG측의 승리로 최종 결론이 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파생된 사건인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침해 소송 예비결정에서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과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은 일주일 내 거부권이 나오면 SK는 수입금지가 무효화되며 시름을 덜게 되지만 거부권이 안 나오면 미국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몰린다. 이 경우 SK는 즉각 ITC 최종 결정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 측에 항소할 전망이다.
항소심 중에는 델라웨어에 제기된 민사재판도 같이 연기돼 SK 입장에서 최소 1년은 벌 수 있어 그사이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하거나 LG와의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G는 협상에서 한층 유리해지지만 7월 말에 나올 양 사의 또 다른 ITC 특허 분쟁에서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지면 역시 수입금지 제한에 걸릴 수도 있어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 ▲ ⓒ뉴데일리DB
LG와 SK는 ITC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SK측은 이 자리에서 종전보다 높은 1조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으나 LG측은 '3조원+α'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는 3조원 이상을 주고는 미국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미국 사업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SK는 미국 사업 철수가 결정되면 조지아주 공장 건물은 포기하고 배터리 생산 설비만 헝가리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선비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비는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sunk cost)'이다. 여기에 거액의 설비 이설 비용과 조지아주 공장의 고객사인 포드·폭스바겐 배터리 공급 불발에 따른 위약금이 추가로 든다.
SK 관계자는 "미국 공장 땅은 조지아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공장 철수시 반환하면 되고 설비 이전 비용은 최종 컨설팅 결과를 봐야 하지만 1000억원대 정도"라며 "위약금도 시장에 알려진 만큼 크지는 않아 모든 비용을 더해도 LG가 요구하는 '3조원+α'보다는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포기 매몰비용과 고객사 위약금,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SK의 사업 철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기 계약을 맺는 배터리 특성상 SK가 폭스바겐·포드로부터 따낸 미국 물량이 20조원에 달해 위약금만 1조5000억∼2조원에 달하고 설비 이설과 매몰비용도 조단위에 가깝다는 것이다.
SK가 미국 사업을 철수해도 LG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LG에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LG측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만큼 그 배상금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 반면 SK측은 미국 사업을 조기 철수하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익(부당이득)이 없어 배상금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K는 또 델라웨어 재판에서 지면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는 LG의 변호사 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미국 시장 포기에 따른 기회비용과 고객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에 따른 무형의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어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그러나 SK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지난 1일 LG-SK의 ITC 특허 분쟁에서 SK가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진 것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양 사의 배터리 협상의 향배가 달려 있다"며 "운명의 일주일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