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갱신율 57.2%→77.7% 상승..계약갱청구권 영향시장에서는 신규와 기존 세입자간 '이중가격' 현실화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매물 줄면서 전셋값 폭등 우려
  • ▲ 서울의 한 중개업소.ⓒ연합뉴스
    ▲ 서울의 한 중개업소.ⓒ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이 시행된 이후 아파트 전세 갱신률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평균 거주기간이 늘어 임차인 주거안정에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같은 아파트에서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계약갱신이 끝나면 기존 세입자도 전세난민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1일 '제26차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권·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 시행효과를 점검하면서 서울 100대 아파트 자료와 임대차 신고제 자료를 통해 갱신율이 77.7%까지 상승했다고 성과를 발표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엔 갱신률이 57.2%로 20%p 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초(80.0%), 송파(78.5%), 강동(85.4%), 서대문(82.6%), 은평(78.9%), 중랑구(78.9%) 등에서 높은 갱신율을 보였다. 갱신율 증가에 따라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이 임대차법 시행 전 3.5년에서 시행 후 5년으로 증가해 주거 안정성이 제고됐다는 설명도 잇따랐다.

    정부의 설명대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평균 거주기간과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을 막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는 기존 세입자에 한정된 내용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라도 새로 전셋집을 구했는지,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했는지에 따라 전세 보증금이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일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가 전세 보증금 11억원에 거래됐다. 사흘 전인 10일에는 같은 면적이 보증금 5억775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임데도 보증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전용 94㎡도 지난 6일 23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3일 같은 면적이 15억7500만원에 전세계약이 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새 무려 7억원이 뛰었다. 이 단지의 전세 호가가 25억~26억원인 것을 보면 지난달 계약된 전세는 갱신 계약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세 보증금의 이중가격 현상이 짙어지면서 전세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평균 2.37%가량 상승했지만, 임대차법 시행 후 1년간 16.69% 상승하는 급격한 상승 폭을 보여줬다. 

    여기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으로 시장에서 매물이 줄자 전셋값 급등과 함께 보증세월세로 전환되면서 세입자의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절반 가량 줄었다. 

    기존 세입자도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당장은 유리할 수도 있지만 갱신한 계약 기간이 끝난 2년 뒤에는 대폭 오른 전세 시세에 맞춰 재계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임대료가 크게 안 올랐다고 하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기존에 2년마다 임대료 인상을 겪던 세입자들이 4년마다 크게 오른 임대료 인상을 맞닥뜨리면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