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수요 급증에 산토리 가쿠·짐빔 품귀 현상주류시장서도 “물량 없다”번화가 선술집에선 다른 주류로 대체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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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하이볼 주문이 들어오면 손님에게 조니워커레드로 만든 하이볼을 권한다. 산토리 가쿠빈과 짐빔 물량이 동나면서 3개월째 입고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폐점하는 점포에서 재고를 구입하며 버티던 A씨는 이달 말부터 공급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볼에 사용되는 일본 산토리사의 가쿠빈과 짐빔이 지난해부터 ‘쇼트’ 상태다. 쇼트란 발주 수량보다 생산 수량이 적어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주류도매업 관계자는 “쇼트 전에 나온 물량이 일부 시장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지난해 연간 예상 판매량이 8월~9월에 끝나면서 공급이 막혔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가 바뀌면서 빠르면 이달 중순이나 말부터 재개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이볼은 보통 산토리 가쿠빈, 짐빔 등 재패니스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7~8%로 소주보다 낮고 달콤한 맛이 있어 술을 가볍게 즐기는 젊은 세대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일본 위스키 수입량은 2016년 63톤에서 2020년 328톤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주로 사용되는 산토리사 위스키 물량 공급이 막히면서 일선 점포에서는 조니워커레드 등 다른 위스키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같은 버번 위스키인 잭다니엘과 와일드 터키 등은 가격대가 높아 원가가 올라가고 특유의 향 때문에 기존의 하이볼을 찾는 소비자들이 꺼려하는 이유도 있다.

    남대문 주류상가 상인 B씨는 “(산토리 가쿠빈을)예전에는 박스로 들여놨었는데 요즘은 구하기 힘들고 몇 병 들어오더라도 금방 팔린다”면서 “짐빔까지 물량이 부족한 경우는 굉장히 드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 위스키 업체들이 수요 조절을 위해 출하를 제한하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산토리 등 일본 주류기업들은 2000년대 초 위스키 수요가 줄어들자 생산설비를 축소하는 등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일본 위스키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액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주류업체들이 생산설비 확대에 나섰지만 원액 숙성에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위스키 특성상 공급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산토리사가 출하제한을 완화했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홈술·혼술 문화가 늘면서 위스키 수요가 급증한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하이볼 재료로 사용되는 버번 위스키 판매도 급증했다.

    실제로 트랜스베버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 매출은 359% 급증했다. 이에 트랜스베버리지는 일본에서 물량을 공수해오기도 했다. 함께 섞어 먹는 토닉워터도 판매량이 늘었다. 롯데칠성음료의 ‘마스터 토닉워터’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