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평균 청약률 15대 1→3월 9대 1 '뚝'전국 미분양도 4개월 연속 증가무순위 청약 등 시세 차익 단지엔 수만명 몰려"입지-상품성 기준 양극화 심화 현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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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올 들어 청약 열기가 꾸준히 가라앉고 있다. 미분양과 청약 미달 사태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거액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무순위 청약(줍줍)에만 중점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24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아파트 월별 평균 청약경쟁률은 △1월 15.8대 1 △2월 9.95대 1 △3월 9.18대 1이다. ▲1월 16.9대 1 ▲2월 21.9대 1 ▲3월 21.4대 1이었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매매 심리가 위축되며 기존 시장에서도 주택 거래가 끊긴 가운데 지난해 광풍이 불었던 청약시장에서도 차츰 수요가 잦아들고 있다는 평이다.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봄 분양 성수기가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속단하기 어렵지만, 청약 흥행을 나타내는 지수들이 예전만 못하다"며 "분양가도 꽤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강력해 청약 열기가 식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차갑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7.6으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3개월째 기준선을 대폭 밑돌았다.미분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모두 2만1727가구로, 전월 대비 22.7% 늘었다. 미분양 물량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지방에서는 청약 미달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는 소수점 단위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 본동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 자이'의 경우 470가구 모집에 118명이 청약, 경쟁률이 0.25대 1을 기록했다.이에 시공사 측은 계약자에 한해 '계약금 안심보장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는 청약 후 계약자들이 일정 시점에서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제세공과금 등만 제외한 계약금 일체를 돌려주겠다는 제도다.특히 특약 해지 접수 기간 내 해지 요청을 하면 입주 지정 기간 종료일까지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도 전액 환급하기로 했다. 반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입주민에게는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금 완납일 이튿날부터 입주개시일까지 일할 해 계약금에 연 5.0%를 가산한 금액을 입주민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서울에서도 미계약으로 인한 무순위 청약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 스타일'과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 관악구 신림동 '신림 스카이 아파트' 등이 미계약으로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 중이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집값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심리적으로 작용해 청약 열기가 뜨거웠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라며 "수요자들이 청약 여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줄어든 청약 열기에 미분양, 미계약 물량이 넘쳐나지만, 시세 차익이 보장된 청약 현장에서는 여전히 광풍이 불고 있다.전날 진행된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6, 7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1순위 청약은 72가구 모집에 9만8073명이 몰리면서 평균 13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이 아파트는 임대 후 분양단지로, 2013년 최초 분양가에 공급돼 약 3억원대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곳이다. 계약금만 마련되면 전세로 잔금을 치를 수 있어 자금 부담도 적었다.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전용 84㎡ 2가구의 계약 취소 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도 16만8644명이 몰려 8만43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청약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입지나 상품성과 관계없이 '묻지마 청약'으로 완판됐다면 올해 시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비싸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곳은 미달 가능성이 제기된다.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청약시장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수도권 중심 호조세와 일부 지방에서의 미분양 현상이 예상된다"며 "서울처럼 분양가 상한 규제가 있는 지역들은 차익 기대감으로 열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