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임대차3법 후폭풍…아파트서 빌라로 밀려난 전세난민들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 역대 최고아파트 전셋값 급등-임대차법 시행 여파여름 전세수요 더 몰릴 수도…전문가 해법마련 촉구

입력 2022-05-26 11:36 | 수정 2022-05-26 11:59

▲ 서울의 한 빌라촌. 220525 ⓒ연합뉴스

#.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전용 59㎡)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올해 말 전세계약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18년 김씨가 이사 왔을 때만 해도 3억9000만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5억 후반대~6억원대로 치솟았다. 그는 "전세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는데 지금 전셋값이 4년 전 집값 수준으로 올라 엄두가 안 난다"며 "보증금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더 살지, 인근 빌라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치솟은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한 빌라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3만1676건으로,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분기 서울 25개 자치구 중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4663건)였다. 이어 △강서구 2439건 △광진구 1881건 △강남구 1867건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학군과 학원가 등을 이유로 강남권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강남권에서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2만건 수준을 유지하던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2020년 1분기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3만건을 돌파했고, 2년이 지난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한동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 사이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7월31일부터 2년 계약갱신청구권과 5%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4년치 전·월세 가격을 한 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빌라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569만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4월 4억2439만원보다 59.2%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 평균 전셋값은 1억7907만원에서 2억3645만원으로 32.0% 상승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셋값 상승 여파로 빌라 임대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7월 말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들이 아파트에서 빌라로 더 많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이 불안하면 매매로 수요가 옮겨가 매매가격 상승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금융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자금 대출 규제 완화, 금리 혜택, 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특정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전·월세를 살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하다"며 "임대사업자 혜택 부활,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을 통해 빌라보다 상위 상품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서 임차인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도 전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임대차3법을 전면 재검토하는 중장기 대책 외에 단기대책으로 전·월세금지법으로 불리는 실거주 의무 규제를 완화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 전·월세 수급 균형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이나 분양가상한제에 묶인 실거주 의무기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재용 기자 jay1113@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