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채 규모 파악 어려워가계-기업 분리 관리에 꼼수대출 성행금융지원 선별은 은행 몫? 금융당국 나서야
  • ▲ 무너지는 영세 자영업자 ⓒ연합뉴스
    ▲ 무너지는 영세 자영업자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로 빚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의 부채를 최대 90% 탕감해주는 정책을 발표하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코로나와 금리인상으로 이중고를 겪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확한 핀셋지원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실은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고, 대출자의 신용정보 등 부채상환능력 평가에 필요한 정보도 미흡해 자영업자 부채의 정확한 규모와 부실화 위험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금융당국에서 매달 발표하는 공식 가계부채 통계는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총액만을 제시할 뿐 자영업자가 보유한 전체 대출을 파악할 수 없다. 

    자영업자 대출규모 파악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자료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사업자등록을 한 기업 대출 중에서 개인사업자 대상의 대출만 추출해 합한 수치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뿐만 아니라 개인대출(가계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받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가계대출도 동시에 받은 차주가 8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이 자영업자의 부채위험 판단에 중요한 변수임은 확실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하려면 자영업자 개인의 신용도와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들도 함께 고려돼야 하지만 이런 재무정보 수집은 정보보호 이슈 등의 이유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자영업자가 개인적으로 가계대출을 받았더라도 이게 사업자금인지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은행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개인 주택구매 등에 쓰는 용도외유용과 같은 꼼수대출도 발생하고 있다. 

    또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폐업한 사업자의 대출도 개인사업자대출로 포함돼 식별이 어렵다. 

    통계상으로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분류돼 있지만 부채상환 주체 측면에서 볼 때 두 통계간의 엄격한 분리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가 상업용부동산을 담보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생활자금으로 이용하면 사실상 가계대출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 중에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기업형‘이 있고, ’생계형‘ 자영업자, 영세사업자도 산재돼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로 곤란을 겪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정교하게 구분해 내는 기준 마련을 더 명확히 해야하는 이유다. 

    이미 수년 전부터 금융 전문가 등 금융권안팎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위해 이들이 보유한 전체 대출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고, 기관별, 업종별 등 보다 미시적으로 신용정보를 축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었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자영업자 대출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합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바뀌지 않은 상태다. 

    그러는 사이 가계대출은 급증하면서도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과소평가됐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침체를, 기준금리상승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부채 부담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상호금융이나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고금리로 빌린 대출 비중이 크고, 저신용자도 많다.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성보다는 부동산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져왔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 여부가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를 결정짓는 변수로 꼽힌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국내 전체 개인사업자대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은 담보가치안정이 어떤 변수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의 80% 이상이 이자만 내는 대출이라 사업성대비 대출이 과다 제공됐으며 담보가치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더해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토지 등 수익형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은행의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부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에 대한 원리금 탕감을 추진하고 회생불가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낸 만큼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자영업자 부채를 통합관리하는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