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괴사된 소장에서 천공 패혈증·복막염 등 발생 2차 수술 진행대한의사협회, 의학적 판단 외면한 대법원 판결 "유감이다"대한외과학회, "이번 판결로, 외과의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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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진료 지연에 대한 의사의 업무과실치사 처분에 대해 공분하며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대법원은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을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고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의료계는 의료인 소장폐색환자 수술 지연에 따른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4일 표명했다. 

    앞서 이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해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7일 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이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해 담당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이다. 

    의료계는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개별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보다 강화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날 "미래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해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하는 소신진료를 할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과 의료 수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정원모집을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필수의료 분야 수술이나 진료 자체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방어진료 일반화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 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관계자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시급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외과의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이 판결로 인하여 마음 놓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는 없을 것이다"며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국민들의 목숨뿐이며 앞으로 발생할 모든 파탄의 책임은 오롯이 법원에 있음을 엄중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