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기업…후육강관 기술력 독보적日과 하부구조물 공급계약…강관 오차범위 1~2미리 내외내후년까지 수출계약 체결…대만 하부구조물 점유율 44%국내최초 500MW급 해상풍력 운송·설치…제3야드 건설중
  • ▲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인 '2야드' 전경. ⓒSK오션플랜트
    ▲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인 '2야드' 전경. ⓒSK오션플랜트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SK오션플랜트를 통해 해상풍력시장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해상풍력 밸류체인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SK오션플랜트를 앞세워 에너지산업 선두주자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방문한 SK오션플랜트 제1야드는 42만여㎡ 규모로 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경남 고성에 있다. 멀리서부터 사명이 적힌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이 보이기 시작했고 곧 현장에 도착했다. 

    SK오션플랜트는 2021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된 아시아 1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기업이다. 하부구조물  기본이 되는 후육강관 제조기술력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SK오션플랜트(당시 사명 삼강엠앤티)는 국내 최초로 지난 1월 일본과 하부구조물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오션플랜트 주력생산품은 '재킷'이다.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기 기초구조물중 수심 30m이내 얕은 곳에 지지대 1개로 설치되는 모노파일과 달리 재킷은 지지대가 3~4개로 안정성이 높다.

    재킷 하나 높이는 최대 100m, 무게는 2000t을 웃돈다.

    이날 1야드에는 커다란 대형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리는 'JCO공정'으로 만들어진 강관이 즐비했다. 평평한 철판이 해당공정을 통해 알파벳 J처럼 구부러졌다가 C모양까지 동그랗게 말려 끝과 끝이 만나면 재킷 일부분이 된다.

    전명우 풍력생산본부장은 "용접과정에서 미세한 공극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어 부식 최소화가 필요한 만큼 초음파, 마그네틱 등 촘촘한 품질검사 과정을 거쳐 통과한 강관만 재킷 제조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 ▲ 후육강관 'JCO 공정' 과정. ⓒSK오션플랜트
    ▲ 후육강관 'JCO 공정' 과정. ⓒSK오션플랜트
    SK오션플랜트는 2000년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후육강관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후육강관은 초대형 산업용 파이프로 지름은 최대 10m, 철판 두께는 최대 150㎜에 이른다. 

    석유나 천연가스의 시추·저장·운반시설이나 대형건축물, 해양플랜트 등에 주로 쓰이는만큼 △고온 △고압 △고중량 등 환경에서도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강관분야는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다. 이덕에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에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재킷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레그(Leg) △X-브레이스(X-brace) △트랜지션피스(Transition
    piece)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재킷위에 위치하는 타워, 터빈, 블레이드 무게와 진동이 집중되는 컴포넌트인 트랜지션피스 제작기술력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트랜지션피스는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요구스펙이 까다롭다. 또 프로젝트마다 모양이 제각각인 탓에 제작 노하우와 기술력, 적절한 공법적용이 필수다.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발전용 강관은 정밀도에 대한 요구치가 높다. 

    SK오션플랜트는 재킷에 소요되는 모든 강관 오차범위를 1~2㎜내외로 맞춰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인 강관은 오차범위 2~5㎜수준으로 정밀도를 관리한다. 

    이같은 '정도' 관리를 통해 재킷하나에 들어가는 크고 작은 강관개수는 230여개에 이른다.

    1야드에서 차로 15분남짓 이동하자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해상풍력 재킷 완제품을 볼 수 있었다. 51만㎡규모 제2야드에서는 1야드에서 생산한 강관을 조립, 용접해 재킷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립이 끝난 제품을 배에 실어 수출하는 작업이 진행중인만큼 5000t, 1만t까지 들 수 있는 크레인이 한창 가동중이었다.

    전명우 풍력생산본부장은 "내후년 1월까지 50여개 하부구조물 수출계약이 체결돼 있다"며 "풍속 12m/s를 넘을 경우 크레인 가동이 불가능해 작업을 위해서는 날씨도 잘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다"며 "이번에 제작한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 ▲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주요 구성. ⓒSK에코플랜트
    ▲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주요 구성. ⓒSK에코플랜트
    SK오션플랜트는 5.6GW 수준 발주가 완료된 대만 해상풍력시장에서 재킷 총 193기를 수주했다. 올 8월기준 대만에서 하부구조물분야 점유율 44%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국내 단일사업 규모로는 역대최대인 해상풍력 설치사업 '안마 해상풍력'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됐다.

    안마 해상풍력은 한반도 서남해안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532MW규모 해상풍력사업이다. 사업지는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으로 연간 140만명이 사용하는 전력생산이 예상된다.

    SK오션플랜트는 이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4WM급 풍력 터빈, 블레이드 및 재킷을 제작할 예정이다. 국내기업이 500MW급 해상풍력 운송 및 설치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SK오션플랜트 기존 야드는 포화상태로 물량해소를 위해 157만여㎡규모 제3야드를 건설중이다. 장소는 동일하게 고성으로 기존 1, 2야드를 합친 것보다 1.7배이상 크다. 

    아울러 국내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기업 24곳과 외주제작 체계도 구축했다. 사외제작 부지 확보 면적은 185만여㎡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추진중인 국내시장에서 해상풍력발전은 'RE100' 이행의 실질적 대안으로 꼽힌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과 철강구조물, 해양플랜트 등 경쟁력이 갖춰진 국내상황에서 추진하기 가장 적합한 재생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또한 입지적 제약요건이 많은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발전보다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가능하고 생물군에 주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 ▲ 수출을 앞두고 있는 하부구조물 완성품. ⓒSK오션플랜트
    ▲ 수출을 앞두고 있는 하부구조물 완성품. ⓒSK오션플랜트
    해상풍력은 SK에코플랜트가 갖춘 에너지생테계 한축을 담당한다.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은 SK오션플랜트와 시너지를 발휘해 앞으로 재생에너지 사업확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추후 창원그린에너지센터와 함께 해상풍력, 태양광 등 대표 재생에너지원을 수소사업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는 그린수소는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로 장기저장과 운송이 쉽고 화합물 형태로 변환도 용이하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는 저장이 안되기 때문에 잉여전력을 불가피하게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잔여전력을 수소로 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재생에너지 간헐성도 극복할 수 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배출 없는 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태양광 △연료전지 △해상풍력에 대한 투자와 사업확장은 장기적인 먹거리뿐만 아니라 RE100 달성을 위한 필수과정이 될 전망이다.

    이승철 SK오션플랜트 대표는 "SK에코플랜트는 그린수소, 그린에너지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그린수소를 만들어 저장·수송을 용이하게끔 하는 것이 최종목표인데 해상풍력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