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지 않은 증설 못 미뤄"IRA 보조금 원하는 美 완성차 요구 때문”JV 족쇄에 재원마련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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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에서 ‘덫’에 걸렸을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나왔다.28일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간한 ‘Are KR Batteries Trapped?(K-배터리는 덫에 걸렸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는 전기차 수요 감소에도 미국 증설을 연기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기존 계획대로 강행하고 있다.모건스탠리는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 설립한 JV(Joint Venture, 합작회사)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증설을 감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현재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대부분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 완성차 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JV라는 점에 주목했다.한국 배터리 기업 단독으로 짓고 있는 공장이라면 속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미국 완성차 기업과 함께 짓고 있는 공장이기 때문에 계획 수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모건스탠리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최소 2025년까지 증설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대당 최대 7500달러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가동률이 어떻게 되든 계획대로 (JV) 증설 및 가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앞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는 현대자동차,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미국에 JV를 설립했다. 당시에는 전기차 수요가 급등해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JV를 통해 완성차 기업들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동시에 배터리 기업들은 확실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JV가 오히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족쇄’가 돼 증설을 강요하고 있는 게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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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3사는 현재 미국 증설이 불필요한 상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은 이미 현지 수요를 넘어섰기 때문이다.삼성증권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82GWh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수요 72GWh를 10GWh 초과하는 수치다. 배터리 10GWh는 고성능 전기차 50만 대에 탑재될 수 있는 양이다.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증설 압박 속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재원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이달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6조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20년 리스’ 형태로 2026년부터 2046년까지 분할 상환할 계획이다. 한편 SK온은 2조원 안팎의 실탄 마련을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SK온은 투자유치 주관사 선정을 위해 IB에 입찰 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