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영화 '새(The Birds)' 연상케 하는 광고 영상 화제개인 데이터 훔쳐보는 감시 카메라, '새떼'로 묘사해 섬뜩함 전달타 브라우저와 차별화 되는 애플 '사파리'의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 강조애플 전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TBWA╲Media Arts Lab 대행
  • 애플(Apple)이 아이폰(iPhone)의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소름끼치는 크리처(괴생명체)물을 선보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공개한 글로벌 캠페인 'Flock(떼)'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를 연상케하는 'Flock'은 아이폰이 어떻게 지속적인 감시로부터 사용자들을 보호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아이폰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디스포피아적 분위기의 영상을 제작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스웨덴 음악가 뵈른 예손 린드(Björn J:son Lindh)의 곡 'Billathi Askara'가 삽입 돼 긴장감과 스릴을 고조시킨다. 

    2분 분량의 'Flock' 영상에는 새의 모습을 한 감시 카메라들이 검색 데이터를 훔쳐보기 위해 집요하게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감시 카메라는 비둘기, 갈매기, 박쥐 등과 닮은 모습으로 공원, 길거리, 사무실, 엘리베이터, 해변가, 주차장은 물론 집 안까지 들어와 스마트폰 속 검색 데이터를 계속해서 훔쳐 본다. 불안에 떨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도 무시무시한 새떼의 감시와 공격은 쉽사리 멈추지 않는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아이폰에 탑재된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를 켜자, 새떼들은 '펑'하는 소리를 내며 터져 죽는다. 마지막으로 광고는 "당신의 브라우저, 누군가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한 뒤 "사파리. 진정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브라우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애플 '사파리'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한 사이트 간 추적 방지, 위치 데이터 보호 지원, 개인정보 보호 웹 확장 프로그램 지원, 최첨단 개인정보 보호 브라우징 모드, 제3자 쿠키 차단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웹사이트에서 자체 URL에 부가 정보를 추가해 사용자를 추적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링크 추적 방지 기능'을 도입했다. 아이폰 기기에는 안면 인식 시스템인 페이스 ID와 지문 인식 시스템인 터치 ID를 도입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실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등 프라이버시 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 ▲ ©Apple
    ▲ ©Apple
    이번 'Flock' 캠페인은 애플이 강조하고 있는 아이폰만의 프라이버시 기능을 다시 한 번 강력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아이폰 내에서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고 통제하는 권리가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약한 구글 '크롬'과 같은 경쟁 브라우저를 겨냥해 '사파리'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애플의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은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타깃 마케팅, 개인 맞춤형 최적화 마케팅을 목표로 하는 광고주들에게는 큰 도전 과제를 던져줬다. 반면 구글은 제3자 쿠키(Third-party cookie, 광고업체 등 외부 회사가 다른 사이트에서 수집한 데이터) 지원 중단 시점을 올 3분기에서 2025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애플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구글 '크롬'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암묵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크롬'에 맞서 '사파리'만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 세계 브라우저 점유율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65.69%로 압도적 1위, 애플 '사파리'가 17.98%로 2위, 마이크로소프트 '엣지(Edge)'가 5.23%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웹 브라우저로 '사파리'를 기본 탑재해왔지만, 이는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고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준수하기 위해 애플은 EU 지역 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올해 말부터 기기에서 '사파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앱스토어나 '사파리' 외의 외부 애플리케이션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의무를 위반했다고 EU가 판단한 경우, 애플은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반복 위반시엔 그 비율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크롬'이나 '엣지' 같은 다른 브라우저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사파리'의 시장 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은 '크롬'과 가장 강력한 차별점으로 꼽히는 '사파리'의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흥미로운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차별화된 프라이버시 기능이 사용자들을 계속해서 '사파리'에 머무르게 할 동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캠페인은 애플의 전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TBWA╲Media Arts Lab(TBWA╲미디어 아츠 랩, MAL)이 대행하고 광고 감독이자 드라마 감독으로 유명한 이반 자차리아스(Ivan Zacharias)가 감독을 맡았다. 새떼들의 정교한 움직임과 행동을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베이비 요다(Baby Yoda), 그루트(Groot) 등과 같은 캐릭터로 유명한 특수 효과 회사인 하우스 오브 팔리아먼트 앤드 레거시 이펙트(House of Parliament and Legacy Effects)와 협업했다. 'Flock' 캠페인은 TV와 소셜 미디어, 영화관, 유튜브(YouTube)를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