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2024 파리 올림픽 앞두고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선봬"나는 나쁜 사람입니까?(Am I A Bad Person?)",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메시지로 뭇매나이키, 실적·주가 하락에 이어 광고까지 부진… 팬들은 실망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 + Kennedy-Portland) 대행
  •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부터 킬리안 음바페(Kylian Mbappé) 까지. 세계 최정상 GOAT(Greatest Of All Time,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한 나이키(Nike) 광고가 예상 밖의 뭇매를 맞고 있다. 'Just Do It!(그냥 해봐!)'이라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왔던 나이키가, 이번엔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최근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Winning Isn't For Everyone(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 캠페인을 공개했다.

    1분 30초 분량의 'Am I A Bad Person?(나는 나쁜 사람입니까?)' 영상 광고는 배우 윌렘 대포(Willem Dafoe)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는 "나는 나쁜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며 "나는 한 우물만 파고, 남을 기만하고, 집요하고, 이기적이죠. 그런 내가 나쁜 사람인가요? 정말요?"라고 묻는다.

    광고 속 내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화면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지아니스 아데토쿤보(Giannis Antetokounmpo), 킬리안 음바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샤캐리 리처드슨(Sha’Carri Richardson), 소피아 스미스(Sophia Smith), 베베 비오(Bebe Vio), 정친원(Qinwen Zheng), 야코브 잉게브리그스텐(Jakob Ingebrigtsen),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에이자 윌슨(A’ja Wilson), 익셀트 곤살레스(Ixhelt Gonzales), 빅터 웸반야마(Victor Wembanyama), 비니시우스 주니오르(Vinicius Junior), 사브리나 이오네스쿠(Sabrina Ionescu),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 알렉시아 푸텔라스(Alexia Putellas) 등 세계 최정상급 스포츠 스타들의 치열한 경기 장면을 비춘다.

    이어 윌렘 대포는 "난 공감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다. 난 절대 만족을 모르고 힘에 집착하고 비이성적이고 후회도 없다. 나는 동정심 따윈 없으며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다. 나는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한 번 쟁취한 것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요? 말해봐요. 정말 그런가요?"라고 다시 한 번 강하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광고는 "Winning Isn't For Everyone"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끝난다.

    나이키의 이번 캠페인은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선수들의 마음 가짐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즉, '승자의 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없기 때문에(Winning Isn't For Everyone)', 최고가 되기 위해 집요하고 이기적이고 만족을 모르고 동정심이 없다고 해서 승자를 '나쁜 사람(A Bad Person)'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니콜 허바드 그레이엄(Nicole Hubbard Graham) 나이키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이건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운동 선수들이 가진 승리에 대한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자 최고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아직 형성되지 않은 그들의 유산과, 곧 현실이 될 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캠페인은 승리를 갈망하는 마음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나이키는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그들을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영감의 원천임을 전 세계에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기고 싶지 않다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선수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문제는, 나이키의 이 같은 메시지가 소비자들과 팬들의 공감을 얻는데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에 한 누리꾼은 "고등학교 코치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스포츠맨십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영상 속) 발언들은 그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 (이 광고는)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타 선수에 대한) 존중심은 부족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이해하지만, 표현 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댓글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이 광고는 쓰레기다. 당신은 승리함과 동시에 타인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 "이건 영화 속 악역이 할 말이지,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서 꼭 승자는 아니다", "승리는 노력과 결단력, 도전에 관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존중, 공감, 배려, 친절, 성실함을 모두 갖추고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나이키 광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광고 속 질문인 "Am I A Bad Person?(내가 나쁜 사람입니까?)"에 답하듯 "Yes, you are(네, 나쁜 사람 맞아요)"라는 댓글이 연달아 달리는 등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은 나이키에 실망감을 표했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나이키의 이번 광고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강조해 온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별명인 '블랙 맘바(Black Mamba)'에서 따 온 '맘바 멘털리티'는 독사처럼 지독한 승부욕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마인드셋을 의미한다.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우승과 승리를 목표로 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강인한 스포츠 정신을 기리기 위한 캠페인이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는 승리에 대한 욕심과 집착처럼 느껴지는 나이키의 일방적 메시지는 이번 캠페인의 패인으로 꼽힌다. 나이키는 이번 광고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그저 '나쁜 사람'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패와 관계 없이 'Just Do It!(그냥 해 봐!)'이라고 사람들의 도전 정신을 북돋아 온 나이키의 브랜드 슬로건에도 위배된다. 그간 나이키는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운동 선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며 포용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 캠페인은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보여주는 자충수를 두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번 캠페인은 나이키의 오랜 파트너사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 + Kennedy-Portland)가 대행했다.

    매년 혁신적이고 대담한 광고로 세계에서 광고를 가장 잘 만드는 브랜드로도 꼽혔던 나이키. 최근에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동시에 겪으며 '전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라는 아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편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은 북미를 비롯해 한국, 페루,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인도, 호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TV, 소셜미디어, 옥외광고(OOH) 등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
    ▲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 ©나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