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탄산음료 시장의 하락세 속 '코카콜라 제로 슈거'만 시장 점유율 유일하게 증가꾸준한 성장 비결은 '변화에 대한 의지'"코카콜라보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에 광고비 더 많이 써, 코카콜라와 최대한 비슷한 맛 낸 것이 주효"
  • ▲ 코카콜라 제로 슈거. ©Coca-Cola
    ▲ 코카콜라 제로 슈거. ©Coca-Cola
    코카콜라(Coca-Cola)가 업계의 예상을 넘는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탄산음료 시장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무설탕 음료인 '코카콜라 제로 슈거(Coca-Cola Zero Sugar)'의 성공이 코카콜라의 호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24억 달러(한화 약 17조169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는 인플레이션으로 간식과 탄산음료 등의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면서 코카콜라의 매출 감소를 예상했으나, 오히려 매출이 3% 오른 것이다.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는 성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견고한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을 이룬 2분기 실적에 매우 고무됐다"고 전했다.

    탄산음료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코카콜라의 깜짝 실적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음료 시장 전문 사이트 베버리지 다이제스트(Beverage Digest)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내 탄산음료 판매량은 27% 감소했다. 전체 탄산음료 카테고리의 하락세 속에서도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유일하게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 20년 동안 탄신음료 시장에서 점유율이 증가한 유일한 브랜드가 됐다. 

    2005년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현재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펩시코(PepsiCo)의 '마운틴 듀(Mountain Dew)'의 뒤를 이어 7위에 올랐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를 잡기 위해 등장한 펩시코의 '펩시 제로 슈거(Pepsi Zero Sugar, 옛 다이어트 펩시 맥스)'의 시장 점유율은 0.8%다. 

    미국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 1위는 코카콜라(19.18%), 2위는 닥터페퍼(8.34%), 3위는 펩시(8.31%), 4위는 스프라이트(8.09%), 5위는 다이어트 콜라(Diet Coke, 7.82%)가 차지했으며 이어 마운틴듀, 코카콜라 제로 슈거, 다이어트 펩시, 환타, 캐나다 드라이 진저에일 소다가 그 뒤를 이었다. 

    듀안 스탠퍼드(Duane Stanford) 베버리지 다이제스트 발행인 겸 에디터는 "코카콜라는 지난 수년 간 코카콜라에 변형을 가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코카콜라 제로 슈거만큼 뛰어난 성과를 낸 제품은 없었다"며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 ▲ 코카콜라 제로 슈거. ©Coca-Cola
    ▲ 코카콜라 제로 슈거. ©Coca-Cola
    전문가들은 '코카콜라 제로 슈거'의 성공 요인으로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의지'를 꼽았다.

    먼저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제로 슈거'의 맛을 오리지널 코카콜라와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해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리뉴얼을 단행했다.

    퀸시 코카콜라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뛰어난 맛이 수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제품명과 포장을 바꾸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5년 '코카콜라 제로(Coca-Cola Zero)'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후 2017년 '코카콜라 제로 슈거'로 제품명을 업데이트했으며, 2021년에는 제품 패키지를 오리지널 코카콜라와 똑같이 바꾸고 폰트 색상만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꿔 차별화했다.

    스탠퍼드 에디터는 "코카콜라는 제로 슈거 제품이 140년의 브랜드 가치가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받길 원한 것 같다"고 전했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코카콜라 제로 슈거'가 같이 누릴 수 있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미 '코카콜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코카콜라 제로 슈거'로 그대로 이끌고자 했다. 

    시장 조사 기관 민텔(Mintel)의 바르카스비 싱(Varchasvi Singh) 시장 분석가는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기존 코카콜라의) 맛이나 브랜드 로열티에 대한 변화 없이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TV 광고 측정 및 분석 회사인 iSpot.tv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그간 오리지널 제품 홍보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카콜라 제로 슈거'에 더 많은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상반기, '코카콜라' 광고비는 1880만 달러(약 260억원)였던 반면 '코카콜라 제로 슈거' 광고비는 3720만 달러(약 515억원)에 달했다.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제로 슈거'의 성장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다이어트 콜라'에 있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출시 후 시장 점유율이 3.8%로 확대됐지만, '다이어트 콜라'의 시장 점유율은 1.9% 포인트 하락한 7.82%에 그쳤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에디터는 "지난 20년 간, 코카콜라 마케터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제로 슈거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매우 상징적인 제품이지만 점점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다이어트 콜라를 관리해야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이어트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두 가지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코카콜라의 2023년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458억 달러(약 63조3185억원)를 기록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코카콜라가 2% 성장한 사이,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