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3% 동결…"1500원 육박 환율 부담""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가 당연…시기·속도 검토하겠다"대형주 수급 쏠림 심화 전망…중소형주 투자 심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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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초부터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반등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동결로 대형주로의 수급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4p 하락한 2520.85로 개장해 이날 오전 10시39분 기준 2515.01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4007억 원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609억 원, 1574억 원 팔고 있다.전날 급등세를 보인 국내 증시가 소폭 하락 출발하면서 방향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오른 1,457.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열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당초 경기·성장 등 우려 속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0.25% 인하한 바 있다.금통위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경제 전망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게 당연하다"면서도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금통위는 추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상태다. 금통위는 "국내 정치 상황,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매그니피센트(M)7을 비롯한 빅테크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 진정세가 이에 대한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며 "특히 전날 한은의 예상 밖 금리 동결, 달러화 진정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 후반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수급의 지속성이 유지될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금리 장기화는 통상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주에 불리하다. 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심화해 더욱 수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10월부터 이미 한국의 내수 부진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압력이 심화했다"며 "이는 연쇄적으로 연말, 연초 소비 심리 위축과 고용 부진 등 실물경제 부진으로 이어져 원화 약세 압력을 더했다"고 돌아봤다.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결국 이번 금리동결은 추가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환율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생각한다"며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은 제한될 수 있으나 이번 금리 동결로 인해 원화의 추세적 가치 회복을 만들기는 아직 역부족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당장 불확실한 금리 기조 속 환율의 빠른 하락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하략 방향성은 유지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원화약세 압력이 단기적으로나마 완화되고 있다"며 "연초보다 1분기 말, 1분기 말보다 2분기 말로 갈수록 대내외적으로 중첩된 원화 약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