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에이지에프 투자 지속 연기 … 인수 불확실성 증대주요 패션 업체 구조조정 … 브랜드 철수 가속화21년 만에 최악의 소비 침체 … 고환율에 재무 부담↑
  •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가 유통업계를 직격탄을 맞았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계엄과 탄핵 사태 등의 여파로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연초부터 기업들의 투자 연기와 사업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제맥주 브랜드 제주맥주는 지난해 냉동김밥 브랜드 올곧(에이지에프) 인수를 추진하면서 당초 1월 31일로 예정됐던 2차 투자금 40억원의 납입이 지연돼 일정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투자금 납기일은 오는 3월 31일로 연기된 상태다.

    제주맥주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8월 에이지에프를 인수하며 지분 17.39%를 8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맥주는 에이지에프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를 두 차례에 나눠 취득하고 2차 투자 완료 후 1주당 가치가 39만6524원 이상인 경우 70억원 규모 3차 RCPS를 확보해 지분율을 30%대까지 확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말로 예정됐던  2차 투자금 지급이 수차례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맥주가 침체된 수제맥주 시장에서 인수·합병(M&A)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주맥주의 최대주주가 더블에이치엠 외 1인에서 한울반도체로 변경됐지만 2021년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하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93억원 손실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이지만 매출도 165억원에서 145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3억원에 불과하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현재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포함해 총 3건의 자금 조달을 진행했으며, 이 중 2건은 이미 완료됐다"라면서 "현재 확보된 자금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된 상태로 기존 전환사채(CB)를 일정 부분 정리한 후 에이지에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일정이 다소 연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지분 투자 등 최종적인 계획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한세엠케이
    ▲ ⓒ한세엠케이
    패션업계에서도 연초부터 부진한 사업을 철수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 구조를 최적화하고 주력 브랜드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재화 소비 지표)은 2.2% 감소해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역대 최장 기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도 3.7% 줄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재에 지출을 집중하고 의류·잡화 등 비필수 소비재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웨어를 운영하는 뮬라는 지난달 10일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뮬라는 2020년 144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3년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2023년 영업손실은 28억원, 당기순손실은 35억원에 달한다. 뮬라는 지난달 13일부터 자사몰을 통해 주문 서비스를 중단됐다.

    한세엠케이는 주력 브랜드 컬리수를 비롯해 아더콤마어나더, 앤에브리띵 등 3개 브랜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 브랜드를 전개하는 편집숍 컬리수에딧은 올해 봄·여름 시즌까지만 제품을 생산한 후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2023년 상반기에 선보인 메종키츠네 골프 브랜드를 론칭 1년 만에 종료했다. 글로벌세아의 톨비스트, 스마트스코어가 전개한 맥케이슨, LF의 랜덤골프클럽 등도 브랜드를 정리하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문제는 올해 역대 최악의 소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예고로 인해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악화된 영업 환경이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과 재무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인해 국내 소비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얼어붙고 있는 소비심리 녹일 수 있는 대규모 할인 행사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소비 진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