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가해자와 동일한 취급" '중심정맥 삽입' 의료사고 판결 두고 논란 확산 광주고법 2심 판결에 우려 … 중증·응급환자 포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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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가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동일선상에서 의사의 책임을 묻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에 공분했다.

    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수술을 위해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의료진을 범죄자로 취급한 법원의 이번 판결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응급조치와 응급수술을 위축시켜 생기는 모든 피해는 법원의 잘못임을 엄중히 밝힌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제3민사부는 데이트폭력을 당해 수술하던 중 숨진 A씨 유족들이 폭행 가해자 B씨와 의료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폭행 가해자 B씨와 의사, 소속 대학병원은 공동으로 유족 3명에게 총 4억4400여 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7년 10월 A씨는 광주 모처에서 당시 남자친구였던 B씨가 밀어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 뒷부분을 크게 다쳐 경막외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은 폭력의 가해자와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동일한 범죄자로 취급했다"며 "폭행으로 응급수술에 들어갈 정도의 뇌출혈 환자는 당연히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중증환자이며 이러한 일을 초래한 것은 당연히 가해자"라고 했다. 

    이어 "응급처치와 수술을 준비한 의료진에도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같이 묻겠다면 의료진을 만나지 않았다면 살았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A씨의 수술을 위해 속목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동맥에 1~2㎜ 정도 관통상을 내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의사회는 "중심정맥 삽입은 혈압이 불안정한 환자에 반드시 필요한 술기로 위험을 있더라도 필요한 경우 시행해야 한다"며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중심정맥을 잡지 않아 수술 중 혈압이 떨어져 사망한 경우에도 역시 똑같이 의료진에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루에도 수차례 중심정맥을 잡아야 하는 응급실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 환자의 수용과 진료를 꺼리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형민 의사회장은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법적 리스크 감소야말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되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