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한국 25% 상호관세 발표25% 품목별 관세 부과된 자동차는 제외"현지가격 상승 따른 판매 감소" 현대차·기아, 52주 신저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각국을 상대로 1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글로벌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주로 꼽혀온 자동차주들이 고전하고 있다. 앞서 25%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에 대해선 상호관세가 면제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영국 10% 등이다.

    지난달 25% 관세가 이미 발효된 철강·알루미늄과 3일 0시1분 발효되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은 이번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만약 기존에 발효된 25% 관세 외에 상호 관세로 최대 20%가 추가되면 한국 철강 업체들은 기존 대비 45% 비싼 가격에 철강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해야 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언급하면서 한국을 직접 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면서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이지만 25%의 품목 관세만으로도 현지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감소가 불가피해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아직 미국 판매의 65%가 수출 물량인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이 무색하게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를 전액 비용으로 흡수할 경우 대당 800만원가량의 이익 감소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143만대)은 전체 수출(278만대)의 51%, 전체 생산(413만대)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평균 수출가격이 2만3000달러인데, 이를 기준으로 25% 관세가 부과되고 판매가격으로 전가하지 못해 전액 비용으로 흡수할 경우 대당 800만원 정도의 이익 감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대미 수출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기아가 101만대, 한국GM이 41만대다.

    최근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서 자사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고지했다. 

    랜디 파커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딜러들에게 "현재의 차 가격은 보장되지 않는다"며 "4월 2일 이후 도매 제품에 대해 변경될 수 있다"며 서신을 보냈다.

    관세 전쟁이 격화하며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주가로 반영되고 있다. 

    3일 오전 10시36분 현재 현대차는 전일 대비 4250원(2.14%) 내린 19만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도 2.06% 하락하고 있다. 장 초반 두 종목은 각각 18만9100원, 8만84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현대차 주가는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5일 기준 미국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22만9000원까지 급등했지만 트럼프의 관세 강행 메시지가 이어진 27일부터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2일 기준 현대차는 11%, 기아는 9%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자동차 업계 전반의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관세 부과 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 수출뿐 아니라 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겠지만 그만큼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긍정적인 환율 효과로 1분기 역대 최대 매출 및 추정치를 상회하는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예정인 것도 주가 반등이 점쳐진다는 분석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그룹사의 현지 투자를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투자 등 2030년까지 21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백악관에서 발표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며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의 사업 협력 구체화 방안 및 계획 등이 점진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위축됐던 현대차의 주가 상승 모멘텀을 재점화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기대감도 나온다. 이미 자동차 관세 이슈가 국내 주가에 많이 선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연구원은 "완성차 주가는 이미 몇 달간 15~20% 조정받으며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상태"라며 "단기 이익 모멘텀의 약화는 아쉽지만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원화 약세, 제품 가격 전략 등 기업 대응이 구체화하면 주가도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