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에 280억 대여 … 年 이익 절반 넘는 실탄 홈쇼핑 업황 위축 속 미래 투자 아닌 계열사 지원 이어져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색 … 계열사 리스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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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S홈쇼핑 로고 ⓒNS홈쇼핑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지난 1월3일 특수관계자인 하림산업에 100억원을 대여했다. 지난해 10월 18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총 280억원은 NS홈쇼핑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531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대여금리도 연 4.6%로 최근 시중 대출금리 수준(5~7%)에 크게 못 미친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선 당좌대출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여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시설투자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홈쇼핑 업황이다.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로 홈쇼핑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 NS홈쇼핑의 자금이 미래 성장보다는 부실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개 홈쇼핑사(GS·CJ·현대·롯데·NS·홈앤쇼핑·공영)의 전체 취급고는 19조3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며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방송 매출도 2조6424억원으로 3.2% 감소했고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7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3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20% 넘게 줄었다.
NS홈쇼핑의 실적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NS홈쇼핑의 매출은 2021년 5480억원, 2022년 5509억원, 2023년 5977억원, 지난해 6100억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623억원에서 2022년 397억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531억원으로 소폭 회복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불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호황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자금 수혈을 받고 있는 하림산업의 재무 상황이다. 이 회사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손실만 4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6.7%로 전년(123.9%) 대비 102.8%포인트(P) 급등했다. 부채총계는 1년 만에 5480억원에서 7257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4421억원에서 320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 모회사 하림지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재무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하림산업은 2022년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NS홈쇼핑의 자회사에서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NS홈쇼핑은 사업회사와 NS홀딩스로 분할됐고 이후 NS홀딩스는 하림지주와 합병됐다.
하림그룹은 이를 통해 NS홈쇼핑은 홈쇼핑, 하림산업은 물류개발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S홈쇼핑의 대규모 대여가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NS홈쇼핑는 무상 지원이 아닌 대여 형식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NS홈쇼핑이 하림산업을 자회사로 보유하던 시절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졌는데 자회사 관계를 해소한 이후에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실상 NS홈쇼핑이 계열사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