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변동폭 9.7원 … 2022년 11월 이후 최대5일 저녁 원·달러 환율 5개월 만 1365원까지 추락美中 협상 기대감에 내려와 … “안심하긴 일러”'무역 흑자' 대만 겨냥 '마러라고 협정'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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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전쟁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협상과 국내 정국 불안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으로부터 무역 흑자폭을 늘려가고 있는 대만의 통화가치 절상 소문이 돌면서 원화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 계엄 이후 5개월 만 최저 수준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436원에 개장해 장중 1439.7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3시30분 140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2·3 비상계엄 이후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다음날(3일) 오전 2시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19.5원 급락한 1401.5원에 거래를 마치고 야간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감을 반영하며 13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주 환율은 주 초반 1440원대로 치솟았지만 주 후반에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자 원화가 연동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관세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상대국과의 통상협상과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지만, 중국 측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월 환율 일평균 변동 폭 2022년 11월 이후 최대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4월 중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전일 대비·주간 거래 기준)은 각각 9.7원, 0.67%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로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변동성이 가장 큰 것이다. 지난 3월(4.3원·0.29%)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9일 미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틀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효한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90일 유예한다고 밝히자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0.0원으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에서 등락하며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과 국내 정국 불안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상호관세 협상이 기한 내 잘 타결되지 않거나 삐걱댄다는 소식이 나올 경우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 외환시장이 휴장한 만큼 7일 열리는 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이 오가고 있지만 협상 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AP/뉴시스
    ▲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AP/뉴시스
    대만 겨냥한 '제2플라자 합의' 공포 … 원화도 끌어올려

    널뛰는 환율은 최근 대만 안팎에서 확산한 '제2플라자 합의' 의혹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만달러는 7일 연속 상승하며 5% 넘게 급등했고, 여기에 동조한 원화는 지난 5일 저녁께는 5개월 만에 최저치인 1365원까지 떨어졌다.

    대만 중앙은행과 라이칭더 총통은 “환율은 미·대만 간 무역협상 의제가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은 1985년 일본의 장기불황을 야기한 ‘플라자합의’의 재현, 이른바 ‘마러라고 협정’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만 중앙은행은 대미 무역협상에 참여한 바 없고, 환율 압박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다만, AI 수요 증가로 TSMC 등의 수출이 늘어나 대미 무역 흑자가 커진 사실은 인정했다. 최근 1분기 GDP도 예상을 넘어선 5.4%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외국 자본이 대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장 불안감 속에 대만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고, 블룸버그는 대만 수출업체와 보험사들이 대규모 달러 자산을 매각하면서 대만달러 상승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양진룽 대만 중앙은행 총재는 이 같은 매각 행위가 “스스로 손해를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달러 강세 여파로 원화, 엔화 등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국이 다시금 아시아 국가들에 통화절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