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5000억원에 인수9년 만의 대형 M&A … 하만과 전장 시너지합종연회하는 글로벌 반도체 … 시간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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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9년 만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한동안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이 빅딜에 나서면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M&A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위기에 빠진 반도체 분야에서 M&A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9년 만의 빅딜 대상은 '오디오' … DX 성장동력 구축 '완성'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6일(현지시간)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은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문의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하만이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는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과 카오디오 사업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다.마시모의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와 함께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을 이번 딜로 품게 된다.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AKG,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 프리미엄 브랜드 등을 기반으로 지난해 포터블 오디오에서 약 60%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이어오고 있다.여기에 B&W,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 마시모의 브랜드를 추가 인수해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컨슈머 오디오부터 카오디오 사업까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하만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과 자사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 올해 608억 달러에서 4년 뒤인 오는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하고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이번 하만의 글로벌 오디오 기업 빅딜은 삼성전자의 모바일과 TV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음향·오디오 기술을 접목해 삼성전자 제품 경쟁력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딜이 의미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하만 인수 이후에도 삼성은 하만 AKG와 하만카돈 등 사운드 튜닝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퀄리티를 높이는 등의 시너지를 강화해 왔다.◇ 하만 성공으로 오디오·전장 분야 성장 확신 … DX에 집중된 빅딜 한계삼성이 9년 만의 빅딜 대상으로 또 한번 오디오 분야를 택한 것은 앞서 인수한 하만의 성공 스토리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글로벌 오디오, 전장시장에서 이미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은 기업이었지만 삼성으로 인수된 이후 경영 혁신과 효율화 과정을 거치면서 환골탈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첫 해 성적표가 나온 지난 2017년에는 사업 규모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영업이익은 600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삼성과의 협력으로 럭셔리 오디오 분야는 물론이고 전장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하만의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영업권도 지난해 처음 5조 원을 넘어섰다.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이후 하만은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핵심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선 DX부문의 전장사업팀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하만 협력팀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하만과의 전장 시너지를 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다만 삼성이 9년 만의 빅딜에 나선 대상이 지난 하만에 이어 또 한번 DX(디바이스 경험)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오디오와 전장 분야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중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하만에 이어 이번에 마시모까지 인수하며 이 분야에서의 성장 동력은 확실히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 삼성전자 LPDDR5X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물꼬 튼 빅딜 … 다음 인수 대상은 반도체?이어 삼성이 이번 딜을 시작으로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반도체 및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추가적인 딜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마시모 인수가 지난 9년 동안 잠잠했던 삼성의 M&A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면 결정적인 한 방은 반도체와 AI 분야에서의 굵직한 M&A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메모리 시장 2위였던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주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 반도체의 위기감이 상당한 가운데 대형 M&A를 통해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경쟁사들이 앞다퉈 M&A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삼성의 반도체 기업 M&A를 부추기는 중요한 동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에 이어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페어컴퓨팅을 인수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고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인텔을 TSMC와 브로드컴이 인수할 것이란 풍문도 계속되고 있다.국내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가 미국 메타의 M&A 제안을 받았다가 거절했다는 사실도 업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미국 제재에 막힌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지난해 30건이 넘는 M&A를 단행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삼성이 대형 M&A에 추가로 나설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약 113조 원으로, 여기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만 93조 원에 달한다.반도체업계에선 최근 반도체 산업 자체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이 강해지고 AI 시대를 본격 맞이하면서 전략 물자로서 중요성이 커지면서 M&A를 추진하기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M&A를 성사시키려면 주요 국가에서 승인을 얻어야 하는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다 삼성의 경우 종합반도체 기업이긴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정이나 기술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이런 이유로 M&A업계에선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생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9년 간 삼성이 빅딜 시장에 나서지 않았던 동안 좋은 매물들과 그 매물을 좋은 조건에 인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사라졌고 앞으로는 그마저도 완전히 막힐 가능성이 있어 빠른 선택과 판단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동시에 삼성 자체적으로도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발 관세 부담이나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반도체 사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선뜻 빅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