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공조기기 독일 플랙트 15억 유로에 인수AI 데이터센터 수요 품는다 … 안정적 캐시카우 확보DX 부문 시너지 기대 … 이재용, 추가 M&A 이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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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전자
삼성전자가 9년 만에 조단위 인수합병(M&A)에 다시 뛰어들면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 위기론이 부상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실행으로 이어져 잠잠했던 삼성의 빅딜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삼성전자는 14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 38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 공조분야 성장 잠재력 확인 … 9년 만의 빅딜 성사삼성은 플랙트 인수로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조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 Ductless)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B2B(기업간 거래) 공조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글로벌 M&A로 해법을 찾았다.플랙트 인수에 앞서 지난해 5월엔 미국 공조업체인 레녹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북미 공조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의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지역에서 공조사업 발판을 확장했다는데 의의가 있다.여기에 이번 플랙트 인수로 삼성은 본격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데이터센터 공조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플랙트가 이미 유럽시장에서 데이터센터와 박물관, 도서관, 공항, 터미널, 대형병원 등의 시설에 고품질 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하며 100년이라는 역사를 쌓아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본 역량을 갖췄고 삼성의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더해 특히 데이터센터 공조 분야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삼성이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다름 아닌 높은 성장성이다. 공조사업 중에서도 플랙트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의 경우 올해 610억 달러 시장에서 오는 2030년 990억 달러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고 연평균 성장률도 8%대로 높다는 점에서 삼성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그 중에서도 삼성이 특히 강점을 나타낼 수 있어 잠재력이 더 높다고 평가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 공조 분야다. 삼성은 생성형AI와 로봇, 자율주행, XR 등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플랙트와의 빅딜에 과감히 나선 것으로 보인다.데이터센터 공조시장은 오는 2030년 4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한 중앙공조 시장이 연평균 8%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데 더해 데이터센터 공조시장은 이보다 두배 이상 높은 연평균 18% 성장률로 고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는 모습ⓒ뉴데일리DB
◇ 마시모 인수로 빅딜 물꼬 … 이재용 회장 통 큰 결단 재개되나지난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지 9년 만에 조단위 빅딜에 나선 삼성의 행보도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삼성은 하만을 9조 원대 인수하며 역대 가장 큰 규모의 M&A를 진행한 이후 대형 M&A 시장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삼성이 오랜만에 2조 원대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삼성의 M&A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무엇보다 이같은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는 데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 회장은 수년 간 사법리스크에 갇혀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지 못한지 오래인데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이후에도 꽤나 오랫동안 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고 있다가 지난 2022년 10월 조용히 회장에 취임했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대신 글로벌 경영 행보와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지난 9년 간 글로벌 IT산업계가 변화를 거듭하고 경쟁사들이 앞다퉈 대형 딜에 나서는 가운데도 삼성은 정중동을 유지하며 쉽사리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 회장의 큰 뜻이 담긴 전격적인 투자도 보기 힘들었다.그러다 올 들어 삼성의 빅딜 조짐은 현실화됐다. 지난주 삼성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하만에 이어 마시모의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들을 포트폴리오에 갖추게 되면서 사실상 오디오 왕국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여기에 이번 플랙트 인수로 조 단위 빅딜 추진에도 다시 힘이 실리면서 이 회장이 주도하는 M&A형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DX부문의 경우 내부에서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M&A를 통한 성장으로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딜 외에도 삼성의 주요 M&A가 성서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