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프로젝트 발주 위축…해외건설 '500억달러' 빨간불현대·대우 등 계약잔액 1조 '뚝'…중동수주 전년比 43%↓트럼프發 공급망 위기·산유국 재정악화…지정학적 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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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공단. ⓒGS건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 및 수주가 위축되면서 실적반등 기반이 될 해외시장 계약잔고도 감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시킨 관세전쟁,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 발주 감소 등으로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일각에선 올해 목표인 '해외건설수주 500억달러' 달성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계약잔고가 일제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각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현대건설은 1분기 해외 계약잔고가 14조228억원으로 전년동기 15조2088억원에서 1조1860억원(7.8%) 줄었다.같은기간 대우건설은 6조5677억원에서 5조2491억원으로 1조3186억원(20.1%) 감소했다.현대엔지니어링은 11조5757억원에서 10조6157억원으로 9600억원(8.3%), DL이앤씨는 3조1219억원에서 2조4872억원으로 6347억원(20.3%) 각각 줄었다.롯데건설은 2조4578억원에서 2조221억원으로 4357억원(17.7%) 감소했고, SK에코플랜트 경우 7013억원에서 4099억원으로 2914억원(41.5%) 줄며 내림폭이 가장 컸다.10대건설사(삼성물산 제외) 가운데 전년대비 해외잔고가 늘어난 곳은 GS건설 한곳뿐이다.신규 해외수주가 위축되면서 계약잔고 감소로 이어졌다.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4월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수주액은 105억달러로 전년동기 132억달러대비 20.4% 줄었다.특히 중동지역 수주가 대폭 줄었다. 해당기간 중동지역 수주액은 56억달러로 1년전 98억달러에서 42.9% 감소했다.핵심 발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액이 81억달러에서 26억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실적을 끌어내렸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일단 상반기까지는 '잭팟'으로 불릴만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없는 분위기"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위기, 저유가 기조, 트럼프 2기출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건설시장도 전반적으로 조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 ▲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된 원유시추시설. ⓒ연합뉴스
건설사들의 수주가뭄이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수주 500억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 수주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와 저유가 여파로 수주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건설업은 타산업군보다 관세전쟁으로 인한 단기적·직접적 영향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수입산 자재 등에 대한 관세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값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신규발주 및 수주가 위축될 수 있다.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관세정책으로 원자재 공급망이 불안해지면 발주처가 수지타산을 고려해 발주를 줄이거나, 공사비 지급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에 무리하게 뛰어들 이유는 없어 결과적으로 수주가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특히 중동처럼 자재 현지조달이 어려운 지역 경우 관세정책 여파가 더욱 클 수 있다"고 부연했다.저유가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규 67.74달러로 직전월 72.49달러대비 6.6% 하락했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24.0% 떨어진 가격이다.최근 유가가 하락세를 지속중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 전망이 확대된 까닭이다.통상 저유가는 산유국 재정을 악화시켜 사업발주가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실제 핵심 발주처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260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6% 줄었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 등 산유국들의 재정균형유가가 배럴당 최소 8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중동지역 발주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가자지구와 예맨 일대 분쟁이 격화되는 등 지정학적 위기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