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56억달러 적자…유가하락·원유수출 하락 영향재무당국 "지출 우선순위 재검토"…신규발주 감소 우려중동수주 전년대비 43%↓…네옴 러닝터널 일정 지연트럼프 관세·선진국 경제성장 둔화 여파 하반기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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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텍사스주 석유시추시설. ⓒ연합뉴스
해외 건설수주 최대 발주처인 중동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유가와 원유 수출감소로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예산 및 지출 축소 가능성을 전면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긴축재정은 신규사업 발주감소로 이어져 중동의존도가 높은 국내건설사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2일 파이낸셜타임즈·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석유수입 감소 여파로 사우디정부 적자규모는 1분기 기준 156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2021년이후 4년만에 가장 큰 적자폭이다.골드만삭스그룹은 올해 사우디 적자규모가 67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24년말 정부 전망치 2배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사우디 재정이 악화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세계경제 둔화 전망으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어서다.지난달 30일 기준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배럴당 60~63달러선에 머물러있다. 사우디 재정균형유가인 배럴당 92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이에 사우디 당국은 전면적인 지출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최근 몇달간 우선순위 재조정이라는 명목아래 일부 프로젝트 지출을 연기했다.모하메드 알 자단(Mohammed Al-Jadaan) 사우디 재무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석유수입 감소에 대응해 지출 우선순위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경제 다각화 및 비석유 부문 성장촉진 계획 아래 진행중인 다양한 개발프로젝트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블룸버그뉴스는 사우디정부가 재정악화에 대비해 차입금을 늘리고 수조달러 규모 경제변혁계획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 ▲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운영중인 석유정제시설. ⓒ연합뉴스
사우디 등 산유국들의 예산 및 지출 감축은 신규사업 발주 감소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이미 중동지역 수주 감소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4월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는 56억달러로 전년동기 98억달러대비 42.9% 줄었다.특히 같은기간 사우디 수주액이 81억달러에서 26억달러로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액 감소로 이어졌다.사우디 최대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경우 연초부터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공정이 지연되면서 국내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더 라인(The Line)' 러닝터널 조성공사는 현재 공정률이 30% 안팎에 머물러있다.당초 올해말 준공이 목표였지만 사우디 발주처가 공정속도 조절을 요청하며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조치 해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원유생산 확대기조, 선진국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점차 하락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하락시 산유국, 특히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돼 해외건설공사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지 않는 이상 계획에 잡혀있는 프로젝트가 당장 취소되거나 중단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하반기까지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중동지역 수주에 직·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