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에 국제유가 급등…배럴당 130달러 전망도자재값 상승→수익 하락 악순환…해외수주 타격 불가피李정부 근로시간 단축 추진…초과수당 등 인건비 '폭탄'10대사 4곳 부채비율 200%↑…"추경효과 미미할 듯"
  • ▲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중인 한국 선박 선원이 직접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중인 한국 선박 선원이 직접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원자재값 상승과 해외수주 감소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새정부의 주 4.5일 근무제 추진에 따른 인건비 상승 압박,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도 건설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전날(현지시각)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4.23% 급등한 배럴당 76.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도 4.25% 급등한 배럴당 80.28달러를 기록중이다.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1월15일이후 처음이다.

    이란 의회는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유가 상승에 건설업계도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유가가 오르면 원자재가격과 운송료도 뛰어 건설사 수익성에 직격타가 될 수 있어서다.

    연단위로 건설자재를 구매하는 대형건설사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이 없지만 개별구매건이 많은 중견·중소건설사 경우 원가율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는게 업계 전망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미국이 직접 이란을 타격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중동 확전 가능성을 높여 유가를 더욱 밀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 원가율이 90~95%까지 치솟은 상황"이라며 "여기서 자재값이 더 뛰면 공사를 해도 본전도 뽑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확전 위기는 해외수주에도 직격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정세가 악화될 경우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이 건설 인프라 발주를 줄이고 방산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실제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등 중동 산유국들은 일제히 "자제를 촉구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통상 유가가 오르면 중동 수주에 호재라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쟁상황은 예외"라며 "올해 들어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이 신규사업 발주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확전 가능성까지 높아져 해외사업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인건비 추가부담까지 떠안을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정부가 핵심 노동공약인 주 4.5일제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현행 주 5일 근무제를 주 4.5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건설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직격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해진 공기를 준수해야 건설업 특성상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초과근무수당 등 인건비 지출이 급등할 수 있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준공기한까지 맞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줄어든 근로시간을 감안해 준공기한을 여유있게 잡아주거나, 초과근무분을 공공이 보전해주는 등 대안이 없으면 건설사 입장에선 4.5일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미분양, 해외수주 감소 등 여파로 건설사들의 부채 부담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연결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4곳의 부채비율이 재무건전성 악화 기준인 200%를 웃돌았다. 건설사별로 보면 △GS건설 256% △SK에코플랜트 241% △현대엔지니어링 225% △롯데건설 206% 순으로 높았다.

    34개 상장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다는 통계도 보고됐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 조사결과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34개 상장건설사의 지난해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203%로 2023년 137%대비 1년만에 66%포인트(p) 급증했다.

    중견건설 D사 관계자는 "공사수익 하락과 미분양탓에 보유현금이 줄고 이로 인해 차입금을 끌어당겨 쓰는 악순환이 2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해외사업이든, 인건비든, 미분양이든 업계 자구책만으론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일선현장에서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좀더 거시적이고 지속적인 건설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