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거래소 연 3~6% 복리 이자 … 美 재무부 “자금 유출 경고”예금 금리 0.1% 한국 은행권 '위기감' … 디지털 지갑이 계좌 대체"스테이블 코인 고금리 지속 불가능 … 1대 1 연동 구조상 구조적 한계""은행 예금 유출 논란, 당장은 과장 … 국내 제도화에는 시일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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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신 코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법정화폐와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은 연 3~6%에 달하는 고금리와 간편한 사용성을 무기로 전통 금융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인가제와 100% 준비금 규제로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주도권 다툼 속에 제도 정비가 뒷전으로 밀려 있다. 계좌 대신 디지털 지갑, 예금 대신 코인을 선택하는 시대. 국부 유출과 금융 주권 훼손을 막기 위한 한국형 제도화 전략이 시급하다. 스테이블 코인의 위협과 기회, 글로벌 규제 흐름,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은행보다 이자가 30배에서 60배는 높습니다.”미국의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PayPal)이 자사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보유자에게 연 3.7%의 복리 이자 지급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바이낸스 등 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스테이블 코인 예치 시 연 4~6% 수익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보통예금 금리(연 0.1%)와 비교하면 수십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은행 대신 스테이블 코인 … ‘머니 무브’ 현실화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와 1대 1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 자산으로, 실시간 송금·결제·예치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플랫폼 수익이나 고위험 투자 수익을 활용해 이자를 보전하는 구조로 저금리 기반의 은행 예금과는 본질부터 다르다.복잡한 실명 인증이나 계좌 개설 없이도 디지털 지갑만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어, 금융 소외계층까지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 스테이블 코인이 전통 예금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며 “미국 내 5조7000억 달러(약 7800조원) 규모의 수시입출금 예금이 잠재적 이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담보자산으로 미 국채를 택할 경우 1조6000억 달러의 국채 수요가 새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TBAC는 “스테이블 코인이 예금을 빼앗는 동시에 금융혁신의 기회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1달러 연동인데 고금리? 구조적 모순”고금리 지급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정화폐와 1대 1로 연동된 자산에서 은행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준다는 건 구조적으로 모순”이라며 “이는 실질 수익이 아니라 수요 유입을 위한 마케팅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똑같은 가치의 코인을 더 비싸게 운용하는 것으로, 이건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서 교수는 “당장은 국내 예금 유출이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비자 등 카드사 중심으로 중장기적 실용 확산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제도권 금융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스테이블 코인은 예금자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치명적 약점도 있다.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자산 회수는 불가능에 가깝고, 해킹이나 시스템 도산 시 복구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 사용자가 개인 키(암호)를 분실할 경우, 디지털 자산 전체가 영구히 묶이게 된다.◇한국은 ‘방치 상태’ … 제도권 밖 고금리 경쟁 확산국내 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조차 되지 않았고, 외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무제한 유입되고 있다. 금융당국 간 인가권 갈등 속에서 제도화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기술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비(非)제도권 금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자금세탁, 투자자 보호, 통화 주권 침해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면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이 당장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규모 자산 이동을 할 만큼 신뢰나 편의성이 확보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은행권이 극단적 위기감보다는 중장기 대비 수준에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스테이블 코인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코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운용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그는 “이건 코인뿐 아니라, 어떤 결제수단이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로 통화량, 지급결제 시스템, 금융 안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부작용을 어떻게 줄이고 순기능을 어떻게 확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이어 “한국은행이 통제권을 가지고 제도 설계를 잘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