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병원 로봇 무릎수술 명가로 확장상급병원과 다른 길, 전문병원의 존재 이유 증명UAE·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진출 … 몽골 진출은 아쉬움으로 남아한국형 수술기구 개발 … 세계를 향한 도전도
  • ▲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정상윤 기자
    ▲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정상윤 기자
    서울 목동의 한 병원. 무릎을 절뚝이며 들어온 고령의 환자가 수술실을 나와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인공관절 수술의 기적 같은 회복이지만 그 뒤엔 수많은 수술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 그리고 사람을 향한 진심이 숨어 있다. 이 길을 20년 넘게 묵묵히 걸어온 주인공이 있다.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이다.

    ◆ 최다 로봇 수술 기록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신뢰"

    이수찬 원장이 이끄는 목동힘찬병원은 국내 로봇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마코로봇과 로사로봇을 이용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누적 1만3000건을 돌파했고, 2023년과 2024년 동안 마코로봇 수술 건수는 국내 최다로 감사패를 받았다. 전 세계 단일기관 중 최다로 기록되며 미국, 유럽 등 정형외과 병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처음 로봇 수술에 도전했을 땐 의문도 많았어요. 정말 환자한테 이게 이득일까? 그런데 수술할수록 분명한 차이를 느꼈습니다. 정확도, 회복속도, 통증 관리까지. 결국 수술 잘한다는 건 정확하게 하고, 환자가 덜 아프게 만드는 거잖아요."

    로봇 수술의 정밀함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일반 수술과 비교해 교정 각도가 평균 1.1도 더 정밀하고, 통증 지수는 수술 전 7.1점에서 수술 후 0.7점으로 크게 감소했다. 관절 기능 점수(KSS)는 평균 111점에서 178점으로 상승했다.

    ◆ 고령 환자, 로봇 수술로 수술 문턱 넘다

    고령화 사회에서 80대 이상의 고령 환자들이 수술을 결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출혈량을 줄이며 회복을 빠르게 만들어 고령 환자에게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전엔 ‘80 넘으면 수술 안 한다’는 말이 많았죠. 요즘은 환자가 먼저 '하고 싶다'고 말해요. 고통 없이 걷고 싶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신 거죠."

    힘찬병원은 로봇 수술기 도입 이후 80대 이상 환자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수술의 안전성과 회복력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다.

    ◆ 자체 수술기구 개발로 한국형 로봇 수술 정착

    힘찬병원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환자 체형에 맞춘 자체 수술기구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획득한 점이다. 남성 환자의 단단한 대퇴골 절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이 직접 기구 설계에 나섰다.

    "수입 장비가 다 맞을 수는 없어요. 현장에서 겪는 문제는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죠. 우리가 만든 기구는 한국 환자에 맞게 설계됐고, 하이브리드 수술법으로 기존 로봇 수술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있어요."

    이 기구는 기존 장비와 함께 사용돼 수술 정밀도를 높이고,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있다.

    ◆ 숙련이 만든 단축, 수술시간 줄이고 출혈도 감소

    로봇 수술의 초기 단점 중 하나는 긴 수술시간이었다. 하지만 숙련도가 쌓이며 수술시간이 평균 45.6분으로 줄었고, 출혈량도 566.7ml까지 낮아졌다. 이는 감염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로봇 수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죠. 반복된 경험이 숙련도를 만들고, 그 숙련이 환자한테 직접 돌아갑니다."

    ◆ 해외에서도 주목, 로봇 인공관절로 K-의료 수출

    이수찬 원장은 UAE,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로봇 수술 기반의 의료 협력을 진행해왔다. 한국형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표준화된 모델을 기반으로 현지 교육과 시술을 병행하며 의료 한류를 실현해 나갔다.

    지난 2018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대학병원에 힘찬 관절·척추센터를 개소하며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러시아 사할린에도 힘찬병원을 개원했고 우즈베키스탄에 종합병원 규모의 부하라 힘찬병원을 열었다. 다만 몽골 진출도 진행했지만 성공적 마무리는 하지 못했다.

    "국내에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벗어나 직접 해외로 진출해 국내 선진 의료기술을 알리는 게 훨씬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공적 진출은 K의료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보람을 느꼈죠. 몽골에도 직접 병원 부지 사서 건축까지 준비했지만 근데 면허 문제로 결국 접어야 했죠. 아쉽지만, 언젠가 길이 열리면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 삶을 걷게 하는 수술, 그 중심에 선 사람

    "100세 시대, 결국 잘 걷는 게 삶의 질이에요. 저는 로봇이 기술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도구일 뿐, 진짜는 사람이죠. 환자의 삶을 바꾸는 수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 그게 저희가 여기까지 온 이유입니다."

    이수찬 원장은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릎이 구부려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경우 △무릎에 3일 이상 물이 차는 경우(정확한 원인 파악 필요) △난간을 짚어야 계단을 내려갈 수 있는 경우, △방향 전환 시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무릎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경우에는 꼭 병원 진료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삶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습니다."

    로봇을 들이기까지의 고민, 반복된 실험, 꾸준한 연구. 이수찬 원장은 환자의 무릎을 넘어 한국 정형외과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진정한 명의(名醫)의 조건은, 결국 환자의 삶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