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前 후견인 지정 10년간 229건뿐 … 인지도 낮고 절차 복잡5대 은행 민간신탁 3.5兆 불과 … 政, 후견·신탁제도 사전 교육 추진치매공공후견 대상 확대, 취약계층에 정부가 직접 신탁 제공 등 검토육아휴직→아이돌봄기간·학부모→양육자 등 부정적 결혼·출산 용어 정비
  • ▲ 치매 환자.ⓒ연합뉴스
    ▲ 치매 환자.ⓒ연합뉴스
    치매에 걸린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뜻하는 '치매 머니'가 오는 2050년에 49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관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결혼·출산·육아에 부정적 인식을 주는 법령 용어도 정비한다. '육아휴직'은 '육아몰입기간'이나 '아이돌봄기간'으로, '경력단절여성'은 '경력전환여성', '학부모'는 '보호자'나 '양육자'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29일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치매 머니 관리를 위한 제도와 금융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위원회가 밝힌 고령 치매환자는 지난 2023년 124만 명에서 오는 2040년 285만 명, 2050년 397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이 보유한 치매머니 규모는 같은 기간 154조 원에서 488조 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난다.

    현재 치매머니가 치매환자의 의료·생활 지원에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금융상품은 일부 갖춰져 있다. 치매 발병 전 후견인을 지정해 놓는 임의후견이 대표적이다. 자산을 은행 등 신탁업자에게 맡겼다가 치매 발병 땐 의료·생활비 지원, 사망 시엔 상속을 지원하는 유언대용신탁 등도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임의후견은 총 229건밖에 지정되지 않았다. 제도를 모르거나 공증·등기 등 후견인 지정 절차가 복잡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매 발병 후 환자의 의사 능력 정도에 따라 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선정해 치매머니를 관리토록 하고 있으나 친족의 후견인 비중이 80%를 넘는다. 전문성 부족은 물론 경제적 학대 등 여러 우려사항이 제기된다. 일본, 독일 등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공공후견인 비중이 높은 것과 비교된다.

    민간신탁도 낮은 인지도와 불안감 등으로 5대 시중은행을 모두 합쳐 잔액이 3조5000여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체계적인 치매머니 관리방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먼저 치매 발병 전 고령자가 앞날을 대비할 수 있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 차원에서 가령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후견제도, 신탁제도와 금융상품 등을 알리는 것이다. 민간신탁도 미비점을 보완·개선한다. 주택담보대출이 설정된 부동산도 신탁할 수 있게 신탁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간병비 지급을 위해 신탁 부동산의 유동화를 지원하는 방안, 의료·세무 등 전문서비스 연계, 신탁 가입 시 추가 혜택 도입 등을 검토한다.

    치매 발병 후에는 치매머니 관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위해 치매공공후견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고, 후견인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전문 후견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법적 불확실성 해소에 나선다. 후견개시 기준, 업무범위, 수행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한다.

    후견인이 은행과 생활비 지급 등 신탁계약을 협의한 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피성년후견지원신탁 연계도 검토한다.

    민간신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정부가 나서 신탁을 제공하는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앞으로 20여 년간 베이비부머가 후기고령자층에 진입하면서 치매머니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할 거로 예상된다"면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한 뒤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 돌봄.ⓒ연합뉴스
    ▲ 돌봄.ⓒ연합뉴스
    위원회는 결혼·출산·육아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용어도 정비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쉬고 온다'는 부정적 느낌이 있다는 지적에 '육아몰입기간'이나 '아이돌봄기간'으로 고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난임치료휴가'는 임신·출산 가능성에 초점을 둬 '임신준비기간'이나 '희망출산휴가'로 대체할 예정이다.

    '경력단절여성'은 '경력전환여성'으로, '학부모'는 조손 가족 등 다양한 가족 배경을 고려해 '보호자'나 '양육자'로 바꾼다.

    정부는 다음 달 중 국민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여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령용어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