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파생제품 고율 관세 부과 대상 포함삼성·LG전자 등 가전 업계 비상 회의 소집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사실상 허용日 고부가가치 강판 시장 영향력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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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 파생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국내 철강 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철강 사용 비중이 큰 가전 업계도 비상에 걸렸다.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도 50%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 파생상품 목록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스토브, 오븐 등을 추가하고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 올린 것이다.해당 조치는 오는 23일부터 발효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가전 기업들의 생산 및 유통 전략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긴급 전략회의와 비상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일부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미국산 철강 비중은 낮아 관세 면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수출 물량이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매출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업계는 관세 인상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판가 인상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와 함께 가격 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이에 더해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한 결정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까지만 해도 해당 거래를 반대했으나, 일본제철이 NSA(국가안보협정) 체결 등 미국 정부 통제를 수용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방향을 틀었다.NSA에는 미국 정부가 주요 경영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조항과 함께, 일본제철이 2028년까지 약 110억 달러를 미국 내 철강 시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철강 산업 강화는 물론, 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적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국내 철강업계는 일본제철의 미국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인해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일본제철은 세계 조강 생산량 4위 기업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3위권 진입이 유력시된다. 특히 US스틸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차용 고부가가치 강판 등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한국 철강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고율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한국 철강업체들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관세 인상과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연간 2622만 톤의 철강을 수입하는 세계 최대 철강 순수입국으로 이번 결정의 파급력이 크다.한편 정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 및 관련 협력사들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