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공장 폐쇄 이어 중기사업부 매각 추진수출 경쟁력 상실 … 거래 보류·가동 중단 불가피美,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25%→50% 발표관세 피해 현실화 … 올해 대미 철강 수출 '뚝뚝'
  •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철강사들은 미국 시장 수출길마저 좁아지자 일부 사업부 매각을 결정하는 등 고강도 정책을 꺼내들고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를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기사업부는 굴삭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력으로 생산 중으로, 중기사업부 매각을 위한 현대제철과 대주·KC그룹과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수익성이 약화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 부진과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철강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이 경쟁력을 잃은 사업 부서를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현대제철의 중기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무한궤도 시스템 수요가 하락함에 따라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약 65% 감소했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굴착기, 불도저, 트랙로더 등 중장비는 대부분 주행과 관련된 무한궤도 시스템을 채택한다.

    앞서 현대제철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속에 수익성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공장 축소 운영 등을 통한 생산 감축을 이어왔다. 지난해 말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노조의 반발로 축소 운영으로 방침을 바꾸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고, 인천 2철근공장과 포항 철근공장은 한때 가동을 중단했다.

    동국제강도 지속적인 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업계가 공멸할 것을 우려, 7월부터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모두 중단키로 했다. 이후에도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 후에도 생산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공장 가동 축소, 사업 매각, 출하 중단 등 최적생산전략으로 수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US스틸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할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 법원이 상호관세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올려 관세정책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는 오는 4일 수요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중국 등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미국 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에게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10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9.8%를 차지하는 국내 철강업계는 유탄을 맞은 형국이다. 특히 25% 관세 영향이 현실화한 가운데 관세가 또다시 오르면서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4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13억8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다. 5월 들어 수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한 2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철강 수출이 같은 기간 20.6% 급감했다.

    철강업계는 50% 관세가 적용되면 수출길이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가 현재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이 어려운 석도강판이나 철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로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일본제출의 US스틸 인수와 맞물려 한국산 제품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통상 철강 계약은 물량과 가격이 2~3개월 선행 결정되는 구조로 현재 체결된 계약은 25% 관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오는 4일부터 50% 관세가 적용되면, 하반기 수출분부터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어 국내 철강사들의 생존을 위한 극단적 대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