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삼천피’ 하루 만에 장중 3000 붕괴 … 코스닥 1%대 약세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채권 금리·환율·유가 급등세“해협 폐쇄 장기화는 자해적 행위 … 단기 조정 후 회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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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6개월여 만에 3000대를 탈환한 코스피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위기다. 이란이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란이 자해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장기간 이어갈 가능성은 낮아 단기 조정 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코스피, 장중 3000 붕괴 … 코스닥 동반 약세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 기준 전장(3021.84)보다 32.55포인트(-1.08%) 내린 2989.29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64포인트(-0.98%) 하락한 2992.20으로 출발해 장중 하락 폭을 확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714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17억원, 360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거래량은 2억4326만주, 거래대금은 5조9622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도 14.36포인트(-1.81%) 급락한 777.17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1031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605억원, 기관은 21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억2807만주, 2조2080억원이다.

    국고채 금리는 전반적인 상승세(가격 하락)를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 2년 만기 국고채는 전 거래일보다 1.6bp(1bp=0.01%포인트) 오른 2.488%, 3년 만기 국고채는 2.7bp 상승한 2.498%에 거래 중이다. 10년물도 2.3bp 오른 2.887%를 나타냈으며 장기물인 20년,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8bp, 2.3bp씩 상승했다. 반면 5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1bp, 0.2bp씩 내렸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20일 3021.84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지난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삼천피’를 돌파했다. 이재명 행정부가 30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을 확정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이 군사력을 활용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하며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에 직접 개입하자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됐다. 특히 이란 의회가 세계 원유 수송로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도 현실화하고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 리스크가 연장됐다”며 “안전자산 비중 확대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하며 코스피에 단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국제 유가 급등 … 채권·환율 등 금융시장 ‘출렁’

    실제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를 나타내고 있으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3.27% 상승한 배럴당 79.49달러에 형성됐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시 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의 20%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아랍의 봄’과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19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사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암살이 실제 실행될 경우에는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때와 같은 장기간 고유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375포인트(0.38%) 오른 98.655에서 움직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4원 급등한 1375.0원으로 개장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국채금리 상승을 경유해 달러 강세 압력으로 반영됐다”며 “현재는 성장·물가에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중동 전쟁 참전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국내 정치권의 잇따른 추경안 논의도 시장 금리 상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위험은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이라며 “미국 내 관세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하락에 기여하고 있던 유가 상승세가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으로 확대할 수 있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 낮아 … 지수 상방 압력 존재

    다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에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자해적 성격이 있는 데다 이재명 행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강해 단기 조정 후 반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후 장기화 시 ‘국제유가 급등 →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확대 → 연준 금리 인하 시점 연기 → 위험선호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에 여전히 정책 모멘텀은 유효하며 오는 25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감도 상존한 만큼 지수 상방 압력은 남아있다”고 했다.

    최진영 연구원은 “전쟁에 나서는 국가가 스스로 재원(에너지 판매)과 보급선을 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정학 리스크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정치 영역이지만 전쟁의 기본과 과거 사례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